소설vs영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설vs영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독서신문
  • 승인 2009.03.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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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거꾸로 먹는 독특한 사내의 일생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 포스터(왼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소설 표지(오른쪽)     © 이뉴스투데이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로
따뜻하고 기이한 판타지 멜로를 만들어내

 <파이트 클럽>, <세븐>, <조디악> 등에 의해 그 실력을 인정받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f. 스콧 피츠제럴드가 그의 나이 26세 때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남북전쟁 시대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로저 버튼 부부의 첫 아이가 노인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로저 버튼은 자신의 아이가 노인으로 태어나자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받아들이기도 믿기도 힘든 사실이지만 자신의 아들이기에 세간의 이목을 무시한채 고집스럽게 ‘벤자민’을 키워나간다.

▲     ©이뉴스투데이

‘노인으로 태어났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젊어진다’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문학적 천재’라고 칭송받던 스콧 피츠제럴드의 기발한 상상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상냥하고 총명하지만, 가족과 아내 그리고 같은 세대의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 속을 덧없이 방황했던 한 사나이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청춘의 덧없음을 그려낸 문장들은 삶의 신비를 담아내어 문학적 감동을 선사하는 데 모자람이 없는 환상소설이다.

오직 피츠제럴드만이 쓸 수 있는 가장 피츠제럴드다운 소설이라 일컫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데이빗 핀처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됐다.
 
▲     © 이뉴스투데이

비판적 시선과 염세주의 색채를 담은 스릴러 영화를 주로 만든 감독이기에 이 괴상한 이야기가 어떻게 표현될지 자못 궁금했다. 어쩌면 판타지 멜로라는 끈적끈적한 장르를 ‘그가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런 염려를 단번에 불식시키며 조금은 어둡고 쓸쓸한 원작을 자신만의 따뜻한 색채로 표현해냈다.

특히 벤자민이 자신의 딸에게(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주옥같은 대사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감독은 소설에서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젊어진다’는 큰 줄거리만을 차용했을뿐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바꿨다. 하긴 166분이란 긴 러닝타임을 40페이지 밖에 안되는 단편 소설로 채우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     © 이뉴스투데이

소설과 영화는 첫 장면부터가 다르다.
소설은 남북전쟁 시대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하는데 영화는 뉴올리안스에서 세계1차대전이 끝나가는 날을 배경으로 한다.

또한 소설에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늙은 벤자민’이 태어난 것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어느 시계기술자가 아들이 군대에서 죽자 그 죽음을 되돌고 싶어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삽입해 왜 ‘늙은 벤자민’이 태어났는가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전체적인 플롯 또한 다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주인공 로즈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갔던 것처럼 벤자민의 부인이자 여주인공인 ‘데이지’가 병원에서 임종을 앞두고 딸에게 아버지 ‘벤자민’의 삶을 들려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소설에서는 데이지의 임종도, 딸도 등장하지 않는다.
 
▲     © 이뉴스투데이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벤자민이 평생 데이지를 사랑했다는 설정이 아닐까?
소설에서는 그저 신체적 나이가 맞지 않아 부인이게 흥미를 잃은 것으로 표현돼있는데, 영화에서는 벤자민이 그녀와 딸을 위해 떠나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더군다나 평생 그녀곁을 맴돌며 그녀만을 사랑한다는 순애보적 이야기로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버지가 무책임하게 그를 양로원에 내다 버린 것, 흑인인 새엄마가 사랑으로 돌봐주는 것, 몸에 문신을 괴짜 선장을 만나는 것, 그 선장에게 인생을 배우고 항해를 떠나는 것, 데이지와 함께 성장하고 인생의 친구가 된 것, 그녀를 발레리나로 설정하고 교통사고를 통해 그녀의 꿈을 좌절시킨 것, 첫사랑 불륜녀가 영국 해협을 건너는 것.
소설에는 없던 캐릭터들과 재미있는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완전한 영화로 재탄생됐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작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감독과 노인과 아이를 넘나들며 청춘 아이콘이 아닌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 브래이트 피트에게 박수를 보낸다. 긴 러닝타임과 잔잔한 메시지로 인해 일부 관객들의 지루했다는 평도 있지만 아직까진 감동적이었다는 평이 우세하다.

작품상, 감독상(데이빗 핀처), 남우주연상(브래드 피트), 여우조연상(타라지 p 헨슨) 등 13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상, 분장상, 시각효과상에만 만족해야했던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지만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영화의 진정한 평가는 평론가나 심사위원이 아니라 관객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너무 실망하진 않았으면 한다.

<양미영 기자> myyang@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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