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성이 돋보이는 시적 여운
서정성이 돋보이는 시적 여운
  • 관리자
  • 승인 2006.08.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시집 펴낸 임종본 시인
 
으스대던 여름이 밀려가고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바스락거리던 다람쥐 자취를 감추니
수암산에 오르는
풍광이 더욱 오묘하여
길어진 산 그림자
떠날 수 없는데
아직도
빈 하늘엔
못다 채운 사랑이
상현달로 떠있고
여름 내내
잠들지 못한 바람은
같이 가잔다
한곳에 오래도록
머물지도 못하면서
누구이기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이 숲으로 나를 데리고 오는가
하늘가득 붉은 노을
뿌려 놓고선
-「가을이 내게로 와」전문
 


한여름의 소나기 같은 청랑감
 연일 불볕더위가 한창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내내 길었던 장마철의 끝에 찾아온 더위는 우리의 사고마저도 지치게 만든다. 가뜩이나 경기도 어렵다하고 주변에 시원한 소식하나 없는 이때에 이러한 더위는 우리들을 더욱 짜증나게 한다.

 그래서 무더위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바람 속에 「가을이 내게로 와」란 시를 을퍼본다. 제발 으스대던 여름이 밀려가기를 기대하면서. 임종본. 낯선 시인이다. 하지만 그의 시에는 생동감도 서정성이 넘쳐흐른다. 무더위를 씻겨주는 한 여름의 소나기 같은 청랑감이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1908년부터 시인 최남선에 의해서 서양의 자유 서정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잇따라 「진달래꽃」의 김소월 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 「봄은 고양이로다」의 이장희 시인과 같은 뛰어난 서정 시인들이 등장하여 한국시단을 빛냈다.

 하지만 최근의 서정시는 과거에 비해 다소 침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종본 시인의 서정시는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 홍윤기 시인(한국외대 교양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임종본 시인의 시세계는 우리가 소망했던 참다운 릴리시즘(서정성)에 목말랐던 한국시단에 단비를 적셔주고 있으며 그러기에 그에 의한 그 독특한 한국 서정시는 새로운 생명력을 고양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서정미가 돋보이는 작품세계  
 특히 그의 시중 시적 서정성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앞서 언급한 「가을이 내게로 와」를 꼽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홍교수는 “서정미 넘치는 정화된 신선한 이미지의 시구들이 어느 한 대목도 나무랄 데 없는 순수한 메타포로 형상화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서정미로 엮어진 시인의 풍성한 삶의 새로운 릴리시즘은 자못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임종본 시인의 시편들은 무릇 오늘의 감성조차 메마르고 거칠어진 상념과 독창성과 신선미마저 상실하여 틀에 박힌 매너리즘과 구시대의 관념으로 얼룩지고 있는 한국시단에 참신하기 그지없는 각성제 작용을 할 수 있는 서정 시편들을 우리 앞에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시에서 특히 바람의 의인화에 의한 시인과 바람과의 동행, 즉 계절이 저물고 있는 조락의 가을 속에서의 ‘삶의 아픔의 구원’으로서 보다 구체적으로 인생의 내면세계를 눈부시게 천착하여 메타포하고 있어 우리를 감동시킨다는 것이다.

 임종본의 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시는 단순히 서정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남들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내서 아름답게 보여 주고 있다. 그의 시 「작은 파도 이야기」는 결코 겉으로는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내실한 삶의 진실 추구와 시인의 진지하고 아름다운 시적 탁마의 자세가 번뜩인다. 임종본은 파도라고 하는 자연의 존재를 의인화시키면서 시를 통한 인생의 진선미를 추구하고 있다.
넓은 바다에 넘실이는
작은 파도가 있었네
파도는 바람을 맞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 자기 앞에
다른 파도들이 해변에 닿아
부서지는 모습을 보았지
그때에 뒤에는
크게 밀려오는
또 다른 파도가 있었어
“넌 모를 거야!
우린 모두 부서진다는 것을…”
-「작은 파도 이야기·1」전문
 그가 이번에 펴낸 『청보리밭 샛길로 열려진 하늘』이란 시집은 그의 첫 작품집이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얼추 12~3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첫 시집을 발표할 만큼 그는 완숙한 시를 쓰고 싶어 한다.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아닌 장년기의 원숙미 넘치는, 그래서 인생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정립되고 스스로에 자부심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는 때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이 시집에서 서정미 넘치는 시를 통하여 삶의 참다운 행동 양식, 더 나아가 삶의 영원한 가치를 창조하려는 진지한 삶의 비전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임종 본은 독자로 하여금 종래의 시작법이나 시언어로서는 도저히 설득시킬 수 없는 새로운 시편으로서 뿌듯한 충족감을 안겨 주고 있다는 것이 홍교수의 설명이다.

 임종본은 미래를 창조적으로 투시하는 비스타스의 시작법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참다운 의미가 담겨진 시언어의 구사 능력은 그의 탁월한 상상력과 잠재된 내실의 자질을 확연하게 입증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오랜 시간을 두고 시인이 끊임없이 노력한 시문학 수업의 발자취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스스로 “시를 쓰고 싶은데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 가장 난감하다”면서 “어느 시인이든지 죽기 전에 만인이 기억하는 시가 있기를 바라는데 본인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는 임종본.

 그의 시작활동은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에서 한국적 서정시의 길을 잇는 시인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임종본
충남 예산 生
현 한국문인협회 예산지부 부지부장
현 한국예총연합 예산지부 부지부장
현 한국신문예문학회 이사
사천나이테문학 동인
황희예술문학 시 부문 본상 수상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