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를 보는 우려
근본주의를 보는 우려
  • 김성현
  • 승인 2008.11.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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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목사     ©독서신문
근본주의(fundamentalism)는 제1차 세계 대전 후에 자유주의 신학 및 세속화한 생활에 대항하여 미국에서 일어난 개신교 내의 보수적인 신학 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경을 절대화하여 모든 내용을 문자 그대로 믿는 것이 신앙의 근본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이슬람 근본주의, 힌두 근본주의 등 제반 종교에 대한 용어로 사용하며 문화적, 정치적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다.

문자적으로 보자면 근본주의를 굳이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근본을 지키자는 의미이니 그 나름대로 좋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잇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애초의 시작이 그랬듯이 진보 또는 자유라는 개념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작용하다 보니 그저 지키고자 하는 것만으로 방향이 잡히고 그것은 곧 수구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지킬 것은 지킨다는 긍정적 측면이 제대로 활용된다면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중심을 잘 잡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종교건 문화건 관계없이 근본주의는 공통적 특성을 갖는데, 첫째, 교회든 국가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의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 둘째,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 규범을 정하고 시행하는 건 남성이어야 한다. 셋째, 단 하나의 믿음과 시각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므로, 교과서는 물론 가르치는 방식까지 통제해야 한다. 넷째, 근본주의와 파시즘의 의제는 동일하다. 다섯째, 경전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사나 문화적 차이에 따른 해석은 불가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요약하자면 다른 의견은 일체 무시하고 자신들이 삼은 의제만을 정당하다고 보며 이 방침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 된다. 다양한 구성원과 사상, 행동들이 펼쳐져 있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만의 규범을 강조한다는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이것은 충돌을 낳고 이어지는 불행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종교적 근본주의가 비율상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닐 터인데 유독 유리나라에서는 종교적 근본주의가 대부분을 차지한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심히 염려스럽다. 내 것을 지키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 여길 수 있으나 이것을 강요하고 다른 의견을 늘 묵살한다는 것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정치세력이 국민화합과 국민통합을 말하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조장하기까지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열린 모습으로 세상을 행해 나아가고 희생하고 섬기는 누룩이 되어 세상을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던 종교인들이 낮아짐을 통해서가 아니라 누르는 방식으로 강요하는 형태로 나아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염려하는 이들이 많지만 때론 기독교 근본주의가 더 일상 속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내가 보는 이슬람의 장점이자 단점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교리가 단순하고 실천이 단순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에 유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복잡한 신학적 해석이 들어갈 소지가 없도록 하는 것도 단순명료함의 한 모습이다.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지만 분명한건 다른 해석과 다른 의견을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 손해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정치하는 이들에게 확신과 소신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것이 귀를 막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단순함과 연결되면 제어할 방법이 없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의 불행을 낳을 뿐이다. 종교나 정치 어떤 영역이든 근본주의적 성향은 부분적으로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지금보다 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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