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 23세의 젊은 아버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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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병이 심각해진 도키오는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몸은 현재 식물상태로 숨만 쉬면서 영혼은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러 간 것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태어나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자신은 행복했다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막상 만난 아버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유능하고 인자한 남자가 아니었다. 다쿠미는 시대의 낙오자로 입만 열면 크게 한판 벌이겠다고 허세를 떨지만 일이 잘못되면 아기였던 자신을 내버린 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렇게 비전도, 열정도 없이 젊은 날을 보내고 있는 다쿠미에게 도키오는 다가간다. 자신의 이름을 도키오라고 밝히며 다쿠미를 잘 알고 있으며 모든 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말해주었다고 말한다. 갈 곳 없는 도키오를 받아준 다쿠미는 어쩐지 이 낯선 청년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며 스스로도 의아해한다.
도키오는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에 낯설어하면서도 새로 쌓게 된 추억에 기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버지의 삶을 바꾸려 노력한다.
그렇게 열일곱의 생애와 아버지를 만나러 시간 여행을 시작한 두 달, 그에게는 그것이 인생의 전부였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도, 만난 뒤에도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았다.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기에, 자신을 기억하는 이가 남아 있다면 자신의 미래 역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도키오는 그 사실을 철없는 아버지에게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본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가 주연한 드라마 <도키오, 아버지에게로의 전언>의 원작소설로 본디 추리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린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러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설정을 실제 일어난 일처럼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처리해내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작품은 ‘만약 내가 23살을 살고 있는 아버지를 만난다면 어떤 행동을 보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유쾌한 감동 속에서 어찌보면 심각한 난제를 독자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오근영 펴냄 / 창해 출판사 펴냄 / 478쪽 / 12,000원
/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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