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대항하는 양심
권력에 대항하는 양심
  • 김성현
  • 승인 2008.10.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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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목사     ©독서신문
초기 기독교가 처한 상황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라도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으로 보일만한 큰 세력들이 자리잡고 있는 시기였다. 그 큰 세력이란 바로 유대의 종교권력과 로마의 정치권력을 말한다. 팍스 로마나를 구가하던 그 시절의 로마의 정치권력에 대항해 자신의 입지를 세운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대의 종교권력은 그 지역 백성들의 삶을 옥죄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대교는 율법을 강요했고, 로마는 황제숭배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백성들이 갖는 은근한 희망은 메시아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어 힘겨웠던 시절에는 누군가 초인이 나타나서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를 기대하곤 했었다. 미륵사상이 그렇고, 정도령을 기다리던 이들의 마음 역시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메시아는 구약성서의 기록에도 있듯이 무척 오래 내려온 기다림이고 유일한 희망이었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구약의 기록 이후 예수 시절까지 자칭 메시아라며 나타났던 이가 수백 명이 된다고도 한다.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이들을 앞에 두고 혹세무민하는 이들은 늘 있어온 모양이다. 그런 이들에게 예수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존재의 등장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그런 희망은 들불처럼 타올라 이제 곧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고 그것이 아마도 많은 이들을 예수의 추종자가 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예수가 혁명적인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 고난 당하는 어린 양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도저히 메시아라고 지금껏 상상해왔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형태로 다가온 예수의 모습으로 인해 무너진 가슴을 뒤로하고 그곳을 떠난 이들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형태의 예수는 메시아일 수 없었던 것이다. 희망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다시 이어지는 어둠의 세월이 된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성서의 역사는 그렇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난 당하고, 희생하면서, 그리고 자신을 낮춰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 그 모습이 오늘의 기독교 역사를 가져온 것이다. 기득권층의 종교권력과 로마의 정치권력 앞에서 자신들이 선택한 신앙의 길을 가는 이들의 삶은 처절할 수밖에 없었다. 순교자가 속출하고 사는 순간순간이 고난인 그런 시간이 참으로 길었다. 하지만 그것이 길이기에 앞은 보이지 않아도 걸었던 것이고, 그것이 길이 된 것이다.

유대교의 종교권력의 기반(율법)과 로마의 정치권력의 지향(황제숭배)의 핵심은 황금만능 이데올로기였다. 곧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지점에서 예수는 유대의 권력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로마의 제도, 질서, 권력, 이데올로기는 인간을 수단으로 만드는 내용이기에 역시 싸울 수밖에 없는 대상이 된다. 이 모습은 정치투쟁이 아니지만 정치투쟁과도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앙의 길을 가는 이들이 바른 길을 가려고 다짐한다면 불가피하게 가정에서든, 교회에서든, 사회에서든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모든 제도나 틀과 싸울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것이다.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양심적 판단에 따라 불합리하고 바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쇄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당하듯이 말이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인듯 누군가를 떠받들다 어느새 실망하여 쓰린 가슴 움켜쥐고 후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지금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모든 것과의 싸움의 길이 앞에 놓여있다.

   

김성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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