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서관 정은영 관장 “도서관은 모든 연결고리가 이어지도록 만들어 주죠”
영종도서관 정은영 관장 “도서관은 모든 연결고리가 이어지도록 만들어 주죠”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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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이용 가능한 실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모여서 독서토론을 하고, 때로는 무더위나 추위를 피해 잠시나마 편히 쉴 수도 있다. 컴퓨터를 잠시 빌려 쓸 수도 있으며 따라잡기 힘든 스마트 기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공공시설이다. 누구나 찾아올 수 있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모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서관.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실제로 구현해 나가는 도서관이 있다. 2023년 전국 도서관 운영 유공 국무총리상을 받은 영종도서관은 어떻게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었는지 지난 8일 정은영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종도서관 정은영 관장
영종도서관 정은영 관장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간을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올해로 취임한 지 5년 차가 되었는데, 처음 영종도서관에 왔을 때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건의한 내용을 반영해 ‘아지트Y’라는 청소년 공간을 만들게 됐죠. 청소년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일반 이용객들의 접근은 제한했고요. 사실 공공의 공간에서 제한을 거는 일이 많지도 않고 쉽지도 않지만, 청소년들에게 이 사회가 그들을 환대한다는 의미를 전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여러 캠페인을 통해 많은 이용자분들도 저희의 취지에 공감해 주셨고요. 올해는 ‘아지트Y’를 더 다양하게 사용해 보고자 독서동아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다리가 연결되어 있지만 엄연한 섬 지역인 도서관으로 영종도서관의 대표사업 중 하나인 ‘섬마을 다독다독’이라는 프로그램을 특별히 소개하고 싶습니다. 영종도 삼목항에 신시모도와 장봉도를 연결하는 배편이 있습니다. 문화 시설 기반이 없는 이들 섬의 지역민 및 분교 학생들을 위해 전자책 활용 교육과 음악회 등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죠. 참여자의 호응도나 만족도가 높았으며, 프로그램 참여 이후 도서 지역 이용자가 도서관에 직접 방문하는 등 아웃리치를 통한 도서관의 역할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공공도서관은 어떤 모습인가요.

‘다양성’과 ‘공공성’을 두루 갖춘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특히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의 가치와 정보의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공성은 이 사회를 단단히 붙들어 줄 수 있고, 민주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가치로,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죠. 더불어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두루 보듬을 수 있어야 하고요. 코로나 이후 비대면, IT서비스의 증가로 어르신들의 생활 반경에 제약이 생기자 키오스크 이용법, 스마트폰의 생활앱 활용법 등의 강좌를 개설한 것처럼요.

그리고 더불어 ‘지역성’이라는 가치도 필요합니다. 지역마다 좋은 공공도서관은 많고, 그만큼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도서관을 영종지역 주민들에게도 제공해 드리고, 다양한 분야의 문화를 누리게 해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결국, 약한 연결고리와 강한 연결고리 모두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도서관이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별을 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죠. 아마 모든 공공도서관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도서관이 변화함에 따라 책을 읽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서관이 좀 더 편안하고, 접근하기 쉬운 공간이 된다면 충분히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읽는 사람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책을 기반으로 하는 삶의 나눔을 늘려 우리의 삶과 사회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 때 변화는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보고요. 하지만 이는 도서관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학교도서관과 관련교육이 함께 병행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도서관은 정보의 가치를 파악하고, 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찾아가는 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에 중요한 가치를 두기 때문이죠.

또한, 책을 통해 우리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언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제된 문장과 정보, 삶의 태도를 읽고 사유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잘 드러나죠. 우리의 생활상이 많이 바뀐 지금, 책 자체의 가치보다는 책을 통한 가치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의 서비스도 그러한 방향에 맞춰 더 고민하고 있고요. 도서관을 찾는 빈도수를 늘림으로써 책을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서분들의 역할도 중요하겠어요.

우리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이 사서 선생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도서관은 단지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뛰어넘어 모든 문화를 아우르는 활동이 가능한, 다양한 목적의 많은 시민들이 모여 이용하는 일종의 ‘실내 공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큐레이션은 물론 정보 서비스, 프로그램 기획·진행까지 도서관의 전반적인 활동에 사서 선생님들의 손길이 안 닿는 데가 없다고 할 수 있죠. 다른 도서관에 비해 사서 비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리더나 기업가의 역할인데,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 역시 같다고 생각합니다. 책만 좋아해서는 할 수 없는, 이 지역과 지역 사람들을 좋아해야 지속할 수 있는 일이죠.

앞으로 영종도서관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올해는 인천시의 도서관정책과 발맞추어서 ‘은퇴자, 고령자, 50+’ 등이 주제어가 됩니다. 점점 더 노령화되어가는 사회, 더 많고 긴 삶을 준비해야 하는 사회에서 도서관이 그 해답을 찾는 곳이 되려고 노력 중이죠. 그 해답을 지역에서 찾고, 전 세대가 같이 고민하고,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그런 주제와 고민을 더 담아내려고 하고요.

끝으로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은 루리 작가의 『긴긴밤』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죠. 책을 읽다 보면 어린이 문학임에도 그 깊이는 결코 짧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대가 무엇인지 되묻는, 생각의 확장이 가능한 책이라 연령대를 막론하고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또 다른 어린이 문학인 루크먼 도슨의 『프리워터』라는 책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18세기 노예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의 슬픔, 기쁨, 긴장감,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시사IN 기자이자 작가인 장일호의 『슬픔의 방문』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기자의 시선과 함께 이 시대 청년들의 고민, 세상에서 밀려난 장소들과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아프고 다친 채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 한 번씩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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