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 “꿈과 목표가 있다면 인생은 행복한 겁니다”
[명사에게 듣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 “꿈과 목표가 있다면 인생은 행복한 겁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2.01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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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태도와 웃음은 삶을 바꾼다”
‘나 때는 말이야’ 옳지 않아… 누구나 자신이 진 짐이 가장 무거운 법
나를 만드는 책 찾아봐라, 『퀴리 부인』은 내게 결정적 영향 준 책
이길여 가천대 총장 [사진=가천문화재단]

최근 회고록 『길을 묻다』를 펴낸 이길여 가천대 총장(90)은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1932년 전라도 군산의 한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1958년 인천 용동 우물가에 개원한 ‘이길여 산부인과’를 지금의 가천대 길병원으로 키워놓았다. 또한 그가 인재 양성을 위해 1998년 설립한 가천의과대학교는 경원대를 인수해 수도권 사립 4위 규모인 가천대로 재탄생했다. 모두 이 총장이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이룬 것들이다.

맨땅에서 시작해 지금의 성과를 이뤘기에 그의 책은 오늘날 벤처기업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향한 응원담이 될 수 있다. <독서신문>은 이 총장에게 요즘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다.

Q. 『아름다운 바람개비』 이후 11년 만에 책을 내셨습니다. 총장님 삶의 궤적을 총정리한 회고록이라 의미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출간 후 소회는 어떠신지요?

“언젠가는 제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주위에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권유가 있었고 또 그것이 의무라고 설득도 해서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한류와 선진국 진입 등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한 저의 생애를 담았습니다. 제가 의료와 교육을 통해 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었던 데는 많은 분의 도움과 지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기록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우리나라를 더욱 더 발전시켜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합니다. 우리처럼 식민 지배, 전쟁 같은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버티고 일군 세대를 생각해서, 미래 세대가 더 웅대한 꿈을 갖고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Q. 이번 회고록은 총장님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시대적 상황을 교차 비교하는 책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총장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절은 언제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인생에서 최선을 다하는 순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든 순간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료법인 설립, 의료취약지 병원운영, 의과대학 신설, 대학통합 등의 험난한 과정에서 언제나 빛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 이번 회고록에서 누군가 ‘성공의 비결’을 물으면, ‘항상 활짝 웃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이 건강의 비결이라고도 말씀하셨고요.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밝게 웃고 밝게 생각하는 것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긍정의 마인드』라는 책도 있어요. 얼굴을 찌푸리고 우는 소리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긍정적인 태도와 웃음은 삶을 바꿉니다. 그래야 성공 하는 거지요. 웃음의 긍정 에너지가 상대방에게도 전파됩니다. 웃음은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조직과 기업의 생산력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긍정의 힘은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이어지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Q. 김충식 교수와의 대담으로 이뤄진 회고록에서 총장님의 여러 대답에서 ‘자신감’이 배어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비결이 있다면요?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니까, 진솔하게 거침없이 말한 것뿐입니다. 아무튼, 일을 해 본 사람, 도전해 본 사람이 자신감을 쌓을 수 있겠네요. 뜨거운 열정으로 과감하게 도전한다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감은 저절로 쌓입니다. 설령 한두 번 실패한다고 해도 그것은 성공으로 가는 여정일 뿐입니다.”

1982년 양평 길병원 개원 [사진=가천문화재단]
1982년 양평 길병원 개원 [사진=가천문화재단]

Q. 의료인으로서 환자들을 돌보고, 교육자로서 후학을 길렀으며, 사회봉사에도 앞장서셨습니다. 홀로 많은 일을 감내하셨겠지만, 동료와 후배들을 격려하고 동기부여 하는 일도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어떤 말씀을 많이 하시나요?

“저는 ‘사람 속으로’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가슴속 깊이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사랑하면 상대방도 나를 사랑합니다. 사랑보다 더 큰 동기부여는 없습니다. 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보증금 없는 병원’, ‘무료 진료’, ‘양평·철원 길병원 취약지병원 운영’ 등을 실천했고, 그렇게 쌓인 신뢰가 엄청난 힘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또한 무슨 일이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일을 위해 완전연소(完全燃燒) 해야 합니다. 과거에 후배들에게 ‘하루 4시간 이상 자면서 성공할 생각 말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Q. 망설이고 낙담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손에 꼽을 수 있는 고난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때를 어떻게 지나가셨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천의과대학 설립이 힘겨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너무 긴 이야기라 생략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심볼이 바람개비입니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습니다. 오히려 맞바람이 바람개비를 돌리고, 원동력이 되듯이 사람은 고난과 역경을 통해 삶의 동력을 얻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그것이 언제나 나를 단련하고 성취로 이끄는 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길여 총장이 서울대 의대에서 수학하던 시절 [사진=가천문화재단]
이길여 총장이 서울대 의대에서 수학하던 시절 [사진=가천문화재단]

Q. 일제강점기부터 선진국 문턱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동안 한국 사회를 지켜보셨습니다. 한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 그리고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은 정말 참혹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을 한번 보세요.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등 다방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성공입니다.

모두가 혼신을 다해 질주해온 덕분입니다. 우리 세대가 힘을 모아 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했다면 다음 세대는 그 토대 위에서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국가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Q.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계십니까?

“반도체, 2차전지, 미래형자동차, 바이오, 인공지능 같은 첨단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K-POP, K-드라마 등 소프트파워도 대단합니다. 우리의 저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도 됩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저력을 믿고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합니다.”

Q. 여러 사회적 갈등과 경기 침체로 인해 도전을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이미 지쳐있어서 무언가 시도해보기도 힘든 상태라는 말도 합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각자 주어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나 때는 말이야’라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상처가 가장 아프고 자신이 진 짐이 가장 무거운 법입니다. 청년 세대가 취업난 등으로 힘들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꿈이 있고, 도전할 목표가 있다면 인생은 행복한 겁니다. 더 어려운 여건, 비참한 상황에서도 꿈을 품고, 간절하게 도전해 온 부모 세대를 교훈삼아 분발하기 바랍니다.”

Q. 책을 보니 『심청전』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번 등장합니다. 『심청전』에 숨어 있는 디테일의 매력을 짚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심청전을 우리나라 고전 문학의 하나로 여기는데, 총장님에게 『심청전』은 남다른 의미인 것 같습니다. 총장님의 ‘인생 책’이라고 봐도 될까요?

“맞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에게 읽어주던 『심청전』을 어머니 무릎에 누워 들었습니다. 『심청전』은 저에게 ‘인생 책’이고 스토리텔링을 가르쳐준 책입니다. 사람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고,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을 자양분 삼아 정서와 인격을 갖추지 않습니까. 저의 정서와 인격을 형성하는 데 『심청전』에 나오는 모든 디테일과 희로애락이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합니다.”

Q. 청년 세대, 그리고 후배 의료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나’를 ‘만드는’ 책을 찾아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우에는 학창시절에 읽은 『퀴리 부인』이 그런 책입니다. 갖은 역경과 편견을 이겨낸 과정, 그리고 목숨을 걸고 연구에 몰두하는 그 헌신적인 열정, 그의 따뜻한 인간애로부터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저도 퀴리 부인처럼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제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Q. 앞으로 의료인, 그리고 교육자로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가천대학교와 가천대 길병원을 글로벌 수준으로 안착시키는 것입니다, 교육도, 의료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뇌과학연구원과 암당뇨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원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와 견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데 모든 노력을 쏟을 것입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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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4 02:29:59
다른 기사들은 계속 업데이트도 되고 내용이 바뀌는데 '명사에게 듣다'도 이에 맞춰 업데이트가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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