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부끄러운 문해력’ 향상하는 가장 빠른 길
[발행인 칼럼] ‘부끄러운 문해력’ 향상하는 가장 빠른 길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2.09.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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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어른들도 몰라요’. EBS 방송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의 부제다. 지난해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실태를 공론화하며 대한민국에 ‘문해력 열풍’을 일으킨 <당신의 문해력> 후속편인 이 프로그램은 이번에는 성인들의 문해력을 문제시한다. 방송 전, ‘2022년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개발해 성인 350명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가 충격적이다. 15문제 중, 평균 정답 개수는 6.19개. 50점이 채 되지 않는 점수다.

이 테스트는 현재 온라인에서 자신의 점수를 인증하는 하나의 놀이가 되어 퍼지고 있는데, 그저 한 차례 웃고 지나칠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해당 테스트에서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기사와 그래프는 물론 식료품에 기재된 식품 영양 성분부터 꼭 알아야 할 근로기준법, 주식 거래 약관, 주택 임대차 신고제 안내문까지 광범위한 생활 속 글이 지문으로 쓰였다. 이런 글을 오독하면 무엇보다 실생활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볼 수 있다.

결국 문해력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너져가는 문해력을 향상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문해력 향상의 묘책으로 ‘독서’를 꼽는다.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책과 담을 쌓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올해 초 발표된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절반 이상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혹자는 시대정신에 맞는, 독서보다 스마트하고 빠른 방법은 없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운전을 잘하려면 실제 운전을 많이 해봐야 하듯, 문해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묘책인 ‘독서’는 쉬운 해답이 아니다. ‘2022년 성인 문해력 테스트’ 안에는 ‘이 문서를 읽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추가 설문 문항이 있다. ‘이 문서를 왜 읽어야 하는지 몰라서’라는 마지막 선택지가 인상 깊다. 분명 우리 생활과 밀접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왜 굳이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즉, 묘책을 실천하기도 어렵지만 그 묘책을 왜 실천해야 하는지의 당위성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태의 사람들은 어떻게 독서를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섬세하게 지식을 가공한 결과물인 책을 읽는 것은 분명 권장할 일이지만, 걸음마도 못 뗀 아기에게 뛰라고 할 수는 없다. 독서와 마음의 거리가 먼 사람들은 하루에 단 15분만이라도 활자중독자가 되어 주변의 문장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읽어보길 추천한다. 과자 봉지의 영양 성분 표시, 전자제품 사용설명서 뭐든 좋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의식적으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외국어가 트이듯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영화평론가인 이동진 작가는 자신의 책 『밤은 책이다』에 사인을 해줄 때면 사인과 함께 ‘책이라는 ㅇㅇ’라는 문구를 적는다고 한다. ‘ㅇㅇ’에 들어가는 말은 그때그때 다르다. 책이라는 날개, 책이라는 정원, 책이라는 계단, 책이라는 우산, 책이라는 외투, 책이라는 촛불…. 그에게 책은 그 모든 것이라는 뜻이다. 문해력 향상이라는 당면한 과제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책의 의미를 일상 속에서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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