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가기 너무 힘들어” 스웨덴의 아파도 병원 가지 못하는 사람들
“병원가기 너무 힘들어” 스웨덴의 아파도 병원 가지 못하는 사람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2.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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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천국’ 스웨덴의 대표적인 복지 중 하나는 값싼 의료 서비스다. 8세 이하 미성년자의 병원비와 약값은 국가 예산으로 전액 지원하고, 성인들의 경우 연마다 15만원 상당의 의료비를 내면 거의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후일 중병에 걸려서 그에 따른 치료비를 부담하느라 가정 경제가 흔들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렇듯 스웨덴에서는 모두가 저렴한 가격에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스웨덴식 의료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런 스웨덴의 의료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해도 괜찮은 걸까. 사실 어느 제도든 모순점 하나씩은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 스웨덴의 의료 체계에도 모순이 존재한다. 2014년부터 3년간 스웨덴의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며 책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을 쓴 박지우씨는 스웨덴의 의료 현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스웨덴 의료 시스템의 단점으로 ‘긴 대기 기간’을 지적한다. 스웨덴 병원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일단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환자가 진료 예약을 위해 병원에 문의를 하면, 대개 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집에서 쉬라고 말한다. 겨우 진료 일정이 잡혀서 의사를 만나더라도 단순히 휴식을 권하는 경우가 많아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는 경우는 적다. 결국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오랜 기간을 기다렸지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 국민들은 웬만한 병이 아니고서야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다. 저자는 “(스웨덴에서는) 몸이 아프면 집에서 쉰다. 병원은 그렇게 하고서도 낫지 않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결국 평균적인 스웨덴 국민들은 의료비에 있어 복지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중병이나 긴급 환자에 대한 응급조치는 어떨까. 저자는 이 경우에도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스웨덴에서는 병상이 부족한 탓에 웬만큼 큰 병이 아닌 이상 병원 입원 기간이 1~2일 이내로 제한된다.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퇴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응급 환자들의 경우에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에서 5~10시간 정도는 대기해야 한다.

저자는 “내 직장 동료는 손가락에 전기톱이 들어가 피가 철철 나는 상태로 급히 응급실을 찾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자기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며 “간호사를 붙들고 응급조치라도 취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였다”고 전한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공공 의료 보험 외에 사보험을 별도로 가입한다. 사보험 상품을 가입하면 공공보험 가입자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책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스웨덴의 16~64세 근로자 중 사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3%다. 이들은 상류층이다. 멤버십으로 운영돼 VIP 위주로 환자들을 받는 병원도 있다. 저자는 “특권층이 빠르고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동안, 사보험을 가입하지 못하는 평범한 스웨덴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부당한 제약과 차별을 견뎌내야 한다”고 꼬집는다. 결국, ‘복지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 안에서도 사회적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빈부에 관계없이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는 정말 이상적이지만, 현실의 공공의료제도는 돈은 돈대로 많이 들고 의료서비스는 형편없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이 돼버렸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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