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모두의 거짓말 속 진실은 무엇인가
[책 속 명문장] 모두의 거짓말 속 진실은 무엇인가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11.03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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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두 남자는 이제 막 출소한 애들이었다. 검은 봉지에는 개인소지품이 들어 있었다. 거짓말 안 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타액이 목구멍을 울컥 채우더니 이제는 맥박 뛰는 소리가 귓가를 거슬리게 때린다. 일시 정지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여자애들은 놀란 가슴을 순식간에 진정시킨다.
“우리 놀리는 거지?”
아니. 놀리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다 말하기로 했단다. 잘못을 저지르고 죗값을 치렀지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여자애들에게 패를 다 까 보인다. 칼은 폭행죄, 앤터니는 절도죄로 엑서터 교도소에 있었다. 칼은 친구를 보호했을 뿐이고, 시간을 돌려도 똑같은 행동을 할 거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한다. 친구가 술집에서 깡패들에게 당하고 있었는데 칼은 깡패를 혐오하기 때문이다.
나는 뭔가 모순 같아서 갈등한다. 깡패냐, 폭행범이냐. 정말 사소한 싸움만으로 사람을 감옥에 보내나? 하지만 여자애들은 넘어간 듯하다. 어리고 순진하고 편견 없는 이 아이들은 의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9~10쪽>

첫 번째 엽서는 며칠 전에 도착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놀라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구토가 나와서.
왜 그렇게 겁이 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충격 때문이었을까. 처음에는 무섭고 잔인한 협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곰곰이 생각하니 보낸 사람이 불현 듯 떠올랐다. 그때 든 감정은 안도감과 지독한 죄책감이었다. 여기서만 털어놓자면 나는 이런 엽서를 받아도 싼 인간이다.
결론은 분노였다. 진짜로 협박할 의도는 없고 오로지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첫 번째 엽서는 봉투에 담겨 왔다. 검은색 카드에는 잡지에서 오린 글자들이 붙어 있었다.
[왜 안 도와줬어?]
드라마에서 본 것과 똑같았고, 만듦새가 좋지도 않았다. 만지면 아직도 끈적거렸다.
나는 어리석게도 엽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토니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토니가 보면 경찰에 전화할 텐데 그런 상황을 원하지는 않았다. 경찰이 집에 오고. 기자들이 나타나고.
그때 그 광란이 다시 시작되고. 진상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34-35쪽>

“잠깐만. 엄마 아빠, 창밖 좀. 이거 꼭 봐야 해……. 여기 와봐.”
제니가 갑자기 흥분하자 목사도 놀라서 장화를 벗고 헨리와 바버라를 따라 계단을 오른다. 위층에서는 농가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훤히 보인다. 석양빛 아래의 풍경에서 도저히 눈을 떼기 힘들다.
길 위로 온갖 불빛이 가느다란 선처럼 구불구불 다가오고 있다. 랜턴, 촛불, 횃불까지 전부 어둠 속에 자취를 남기며 불빛을 뿜어낸다.
헨리는 충격을 받는다. 입술이 떨리고 있다.
깜박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앞장서서 달리는 애나의 모습을 떠올린다. 코트 아래로 빠져나온 분홍색 체크무늬 교복을, 애나의 손에 들린 꽃다발을.
곧 가족연락관 캐시가 도착할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래 미뤄왔다.
경찰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
모두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94~95쪽>

[정리=전진호 기자]

『아임 워칭 유』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 유혜인 옮김 | 마시멜로 펴냄 | 402쪽 | 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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