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에는 왜 흠집이 많을까?
골프공에는 왜 흠집이 많을까?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0.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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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자연의 흐름대로 살아갈 것만 같은 동식물들도 사실은 철저히 ‘과학적으로’ 생존한다. 인간처럼 보편적 진리나 법칙 발견을 목적으로 ‘연구’를 하지는 않겠지만, 동식물들의 사냥과 서식 그리고 짝짓기 등의 행위를 면밀하게 관찰하면, 그들이 얼마나 영리하고 과학적인 존재인지 알게 된다. 심지어 동식물들의 그러한 생존 방식에서 인간들이 과학적 영감과 삶의 지혜를 얻는다는 사실은 꽤나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식물들의 운동성을 공부한 송현수 박사는 책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을 통해 동식물의 세계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한다. 책에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먼저 ‘상어’와 ‘전신 수영복’의 관계다. 송 박사에 따르면, 인간이 물고기를 흉내내며 시작한 수영의 기원은 고대 수렵 활동 때부터다. 이후 수영은 1896년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전신 수영복’이 등장하면서 수영 종목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송 박사는 “몇몇 선수들은 기존 수영복과 달리 온몸을 뒤덮은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단순히 옷감이 늘어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영복 재질이 매끄러운 소재에서 거친 소재로 바뀌며 물에 대한 저항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수영 종목 33개의 금메달 중 무려 28개를 따낸 것이다. 수영 용품 회사인 스피도의 전신 수용복 ‘패스트스킨(Fastskin)’이 숨은 공신이다. 스피도는 상어 피부의 돌기를 흉내낸 전신 수영복을 통해 선수들의 ‘헤엄 추진력’을 높인 것이다. 상어가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물어준 셈이다.

이스트게이트 센터 [사진=위키피디아]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흰개미 집’을 모티브로 한 건축물의 사례도 흥미롭다. 무더운 아프리카의 날씨에도 흰개미 집 실내 온도는 항상 30도 이하를 유지한다. 그 이유는 집 외곽에 있는 여러 개의 구멍이 서로 연결되어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기 때문이다. 건축가 믹 피어스는 흰개미 집에 영감을 받아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10층 규모의 이스트게이트 센터를 설계했다. 송 박사는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에어컨 없이도 항상 적정 온도를 유지하여 동일한 크기의 다른 건물과 비교해 냉방에 사용하는 전력이 10%에 불과하다”며 “인류는 흰개미의 지혜 덕분에 상당한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한다.

반면에 인간의 경험적 사례를 자연 현상과 연결한 경우도 있다. ‘골프공’과 ‘사구아로 선인장’의 관계가 그것이다. 초창기에 골프공 표면은 매끈했지만, 표면에 흠집이 생길수록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이 골퍼들 사이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됐다. 이는 사구아로 선인장 표면에 있는 10~30개의 홈과도 관계가 있다. 즉 물체 표면의 홈이 깊을수록 그 물체가 받는 공기 저항이 감소한다는 과학적 원리가 골프공을 더 멀리 날아가게 하고, 사막의 거친 모래 바람에도 사구아로 선인장을 쓰러뜨리지 않는 것이다.

송 박사는 “동식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물과 공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혔다. 수억 년 동안 서서히 진화한 생명체는 물과 공기처럼 흐를 수 있는 것, 즉 유체(流體)에 대한 연구를 스스로 수행한 셈”이라며 “과학적 원리를 활용한 그들의 놀라운 생존 능력은 인류에게 깊은 지혜를 전해 준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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