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왜 여성 지도자가 없을까?
일본에는 왜 여성 지도자가 없을까?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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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악수회’라는 문화가 있다. 여자 아이돌이 남성 팬들과 악수하는 행사를 말한다. 과거 이 문화가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2014년 5월에 일본의 아이돌 그룹 ‘AKB48’가 악수회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을 당했다. 당시 한국 언론도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우발적인 사건일 수 있지만, 이 사건이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혹은 하대하는 일본의 단면을 보여줬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우선 일본은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사회이다. 정치 사회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일본의 한 언론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일본은 G7 국가들 중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가장 낮았다. 그 비율은 9.9%로 세계 166위다. 한국은 19%다. 일본의 여성 의원들에게 여성의 정치 참여를 막는 장벽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다수(66%)가 ‘정치는 남성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꼽았다. 일본 사회의 보수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일본보다는 나은 편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에 모두 여성이 선출된 바 있으며, 거대 양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 정치인 및 관료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강경화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한국 최초의 외교부 장관으로 일했다. 현 코로나 시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작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책 『한국과 일본의 문화 역전』를 쓴 공태희 작가는 “(한국과 달리) 국제 무대에서 일본 출신의 눈에 띄는 여성 리더는 찾기 어렵다. 일본 국내로 무대를 좁혀보더라도 정말 찾기 어렵다”며 “머릿속에 당장 떠오르는 인물은 순한 맛 아베로 분류되는, 연임에 성공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여성 리더를 찾기 어렵다기보다, 여성 인권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알려진 대로 유 본부장은 작년 6월에 WTO(세계무역기구) 차기 사무총장에 출마한 바 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인 최초로 국제무역기구의 수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일본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공 작가는 “안타깝게도 바이든의 미국이 일본이 지지한 후보에 힘을 실어주며, WTO 최초의 한국인 여성 지도자의 탄생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유 본부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일본이 꺼내든 카드는 ‘제3세계의 여성 리더’였다. 그 이유는 일본의 내부 사정과 연관되어 있다. 당시 일본에서도 자체적으로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본에 국제적 정무 감각을 지닌 리더는 고사하고 여성 리더는 더 찾기 어렵다”는 게 공 작가의 설명이다. 보수적인 일본의 정치가에서 한국의 인사가, 그것도 여성이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는 걸 용납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 작가는 성평등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바라본다. 나아가 그는 일본에 여성 지도자가 부족한 이유가 일본의 인권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연관해 설명한다. 공 작가는 “일본의 여성상이란 한마디로 ‘가와이스기(너무 귀엽다)’”라며 “그러니 여성들도 ‘가와이’하려고 기를 쓴다. 안타깝다. 일본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늦다는 가장 큰 증거”라고 꼬집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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