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중국형 해법’ 참고해야… 우치다 변호사의 제안
일제 강제징용, ‘중국형 해법’ 참고해야… 우치다 변호사의 제안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8.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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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은 식민지 한국인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징용된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있는 토목 공사 현장이나 광산, 군수 공장이었다. 제대로 된 임금이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처음은 ‘모집’ 형태였지만 전쟁 막바지인 1944년부터는 ‘징용’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흘러 가혹한 노동 현장에서 살아왔던 이들은 세상을 떠났으나, 살아남은 이들은 일본의 사과를 받기 위해 분투를 이어가는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일본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 건 90년대부터다. 이들은 일본 법원에 미지급 임금 지불, 강제노동, 폭행 등 15건으로 평균 1,000만엔(한화 약 1억1천만원) 정도의 배상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법원에서는 당시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2018년 대법원이 일본제철‧미쓰비시 등 기업이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강제징용 문제에서 보이는 일본의 태도는 늘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 법원이 피해자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채권 압류 결정을 내렸지만 일본은 압류 강행시 한일관계는 파탄난다며 버티고 있다.

양국 법원이 배상 문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1965년 맺어진 한일기본조약(이하 한일협정)과 청구권협정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1945년 일제의 패망 이후 관계가 단절됐던 한‧일은 1965년 다시 국교를 맺었다. 당시 양국은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맺었는데 청구권 협정에서는 일본의 배상 책임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표현되고 있다.

“청구권에 관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제2조 1항),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제2조 3항). 일제 강점기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일본이 한국에 배상하겠으니 더이상 책임을 묻지 말라는 얘기였다.

일본의 배상금은 한국의 피해자들에게는 전달되지 못한 채 경제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에 사용됐다. 일본에서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국에 남아있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강제징용자의 질문』(한겨레출판)은 일본 변호사 우치다 마사토시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에 관해 일본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책이다. 저자는 『‘전후보상’을 생각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무엇이 문제인가』 등 저서들로 끊임없이 일제 식민잔재 청산과 보상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은 국가 간의 ‘외교보호권 포기’에 관한 내용이었을 뿐, 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살아있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국가간 배상은 끝났지만, 피해자 개인이 국가 자격의 일본에 배상을 요구할 권리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일 청구권 협정을 둘러싼 논쟁은 중국의 사례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그는 ‘하나오카 화해(2000년)’, ‘히로시마 야쓰노 화해(2009년), ’미쓰비시 머티리얼 화해(2016년) 등 중국인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됐던 사례들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저자가 말하는 해법은 가해자 기업이 피해자 개인에게 자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사건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변론을 선 당사자이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삼아 강제동원 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측에게 피해 사실을 인지시키고, 사죄와 그 증거로 합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이다.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게 역사 교육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독일형 기금 형태’의 배상 방법이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독일은 2001년 다임러-벤츠, 폭스바겐 등 전범 기업들과 함께 피해자 보상을 위한 ‘기억‧책임‧미래 기금’을 설립했다. 2007년에는 나치 정권기 강제 연행‧노동을 당한 150만 명가량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기로 하고 소임을 마쳤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정부‧일본기업+한국정부‧청구권 협정으로 지원받은 한국기업 등 4자에 의한 기금 설립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주장을 고집하는 일본 정부의 무반응으로 한일관계는 여전히 난관에 봉착해 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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