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⑤] 문과 출신들이 번뜩이는 순간, 과학책이 된다...엠아이디 미디어
[출판사 탐방⑤] 문과 출신들이 번뜩이는 순간, 과학책이 된다...엠아이디 미디어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7.2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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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취향이 제각각이듯 출판사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 실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독자의 삶에 편의를 제공하는가하면 문학을 통해 인간의 삶을 깊이 탐구하기도 합니다. 또 페미니즘의 기치 아래 성평등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출판사의 다채로운 이모저모. 그 매력을 집중탐구합니다.
[사진=안경선PD]
엠아이디 출판사 대표와 직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종현 대표, 김동출 주간, 유정훈 대리, 이휘주 대리. [사진=안경선 PD]

과학적 지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문과생도 취업을 위해서 AI나 코딩 등 컴퓨터공학 분야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과학 저술은 더 쉽고 대중화되는 분위기다.국내 출판계에서 과학 출판의 선두주자는 ‘사이언스북스’ ‘동아시아’ 등을 꼽는다. 대표적인 과학 저술가로서는 물리학자 김상욱 박사가 있다. 이들이 펴낸 『김상욱의 양자 공부』 『이기적 유전자』 『코스모스』 『떨림과 울림』(김상욱) 등이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한 과학 입문서나 색다른 관점의 과학책도 종종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 세종도서 상반기 교양부문에 출판사 ‘엠아이디(MID)’의 책이 여러 권 선정됐다. 『건축의 발명』 『흐르는 것들의 과학』 『브레인 3.0』 등 세 권은 과학에 대한 거대 담론이 아닌 특정 과학 지식을 색다른 관점에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간된 『건축의 발명』은 건축에 대한 미학적 접근에 관한 기존의 건축 책과 달리 ‘문’ ‘경첩’ ‘못’ 과 같은 작은 요소들에 대한 공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2016년 출간된 『사소한 것들의 과학』도 MID가 자랑하는 도서다. 꾸준히 시중에서 팔리고 있어 지금까지 15쇄가 발행됐다. 또 『청소년을 위한 팬데믹 리포트』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이 있다. 최종현(32) 엠아이디 대표는 “책이 독자들에게 지식전달만의 측면에 그치지 말고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같이 번뜩이는 순간을 선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엠아이디 출판사는 상호를 엠아이디 미디어로 바꿨다. 출판 기획물을 교육 프로그램이나 영상 콘텐츠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엠아이디에는 세 명의 편집자가 출판 작업을 한다. 최 대표를 비롯해 이휘주 대리와 김한나 에디터가 있다. 물리학 박사인 김동출 주간이 감수 작업을 맡는다. 팀의 막내인 유정훈 대리는 책 배송과 매출 관리 등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사외이사 겸 감사를 활동하고 있는 최성훈씨를 포함하면 총 6명이다.

[사진=안경선PD]
최종현 대표 [사진=안경선 PD]

재미있는 사실은 엠아이디의 주요 편집자들이 ‘이과’ 출신이 아닌 ‘문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최 대표는 미 시큐러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3년차 편집자인 이 대리는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이직했으며, 김 대리는 불문과 출신에 국어국문학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 대리는 “비전공자들의 시선에서 원고를 검토하면 독자들의 수준에서 알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며 “문과생 입장에서 책 편집 작업을 통해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또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편집자들의 연령도 모두 비슷하다. 89년생인 김한나 에디터를 제외하고 모두 90년생이다. 이들은 세대차이나 연령문화에 구애받지 않고 식사 시간이나 종종 잡담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너무 젊은 사람만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최고령인 62년생 김동출 주간은 “젊음이 방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엠아이디 출판사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지를 주로 고민한다. 이 대리는 “꼬리에꼬리를무는이야기(12.12사태 등의 한국 현대사에를 세 명의 이야기꾼이 1:1로 맞은 편에 앉은 이에게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방식의 SBS 예능프로그램)처럼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재미있게 과학 지식을 설명하는 것도 유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국에 대한 약 이야기』는 이들의 설명에 걸맞는 책이다. 이 대리는 약에 관한 책의 인기가 끝나갈 무렵, 마약이나 위약에 대한 책을 기획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약, 세상을 이롭게 하는 약에 대한 책이 차지하고 남은 시장을 공략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엠아이디는 잘못된 과학 지식을 교정해야 한다는 책임에는 상대적으로 덜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언론사가 팩트체크 등을 통해 정보와 관련 지식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주간은 “지금의 방역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비과학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후일 출판사가 그 과정을 종합해 책을 내면 될 일”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잘못된 과학 정보에 대한 수정보다는 과학 지식에 대한 담론 지형을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하고, 어떤 과학 지식도 의심할 수 있게 열린 독서 경험을 만들어주자는 게 이들의 취지다. MBTI 등 유사과학의 유행에는 “너무 신뢰하지 말고 그저 즐기는 용도로만 사용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표에게 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답은 ‘이야기’였다. 최 대표는 “이야기의 가치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통하는 콘텐츠”라며 “종이책이 됐든, 전자책이 됐든 어떤 형태에 따라서도 이야기를 지닌 책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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