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밀리의 서재에서 ‘나만의 오디오북’을 직접 만들어 봤다
[체험기] 밀리의 서재에서 ‘나만의 오디오북’을 직접 만들어 봤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2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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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목소리 녹음을 선택했을 때 표시되는 창. [사진=밀리의 서재]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책을 섭취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속독·정독·탐독’으로 ‘묵독·낭독’하는 ‘읽기’가 있고, TTS(text-to-speech) 혹은 성우의 목소리로 된 녹음파일을 청취하거나 실제로 누군가의 낭독에 귀 기울이는 ‘듣기’가 있다. 또 극단적으로 느린 독서인 ‘필사’도 독서의 일환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서가 책 내용과 정보를 ‘자기화’하는 행위란 점으로 볼 때, 책 내용을 온전히 소화해야만 할 수 있는 ‘설명하기’ 역시 깊이 있는 독서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독서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사실 몇 세기 전만 해도 독서는 곧 말이었다. 문맹률이 높고,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글을 읽어주던 누군가의 말을 통해 독서가 이뤄졌고, 어린아이들은 할아버지·할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대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귀에 담았다. 서당에선 “하늘 천 땅지 검을현 누를황”을 소리높여 외쳤고, 그걸 들은 서당개는 3년 만에 풍월을 읊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처럼 말하기, 듣기는 오랜 세월 주요한 독서법이었고 그런 기조는 오늘날 ‘오디오북’으로 진화해 널리 소비되고 있다. 사실 이제는 수동적 소비를 넘어 맞춤형 오디오북 제작까지 가능해졌는데,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선보인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이용해 직접 오디오북을 만들어 봤다.

오디오북 제작을 위해 먼저 밀리의 서재 홈페이지에서 ‘내가 만든 오디오북(내만오) KIT’ 파일을 내려받아 설치했다. 내만오는 크게 ‘오디오북’ 제작과 ‘3분 리뷰’로 구분되는데, 본인이나 혹은 성우(AI) 목소리를 입혀 콘텐츠를 만드는 건 동일하나, 오디오북은 말 그대로 ‘듣는 책’, 3분 리뷰는 3분 내외의 ‘영상 독서 후기’라는 점에서 다르다.

오디오북 제작의 시작은 도서 선택이다. 본 기자는 유쾌하게 혹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선택하기 위해 김혼비 작가의 에세이 『아무튼, 술』을 찾았으나,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았고, 뒤이어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오르부아르』를 검색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오디오북 제작에 동의한 출판사의 책만 선택이 가능했다. 결국 가능 도서를 둘러보다가 최근 흥미롭게 읽었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선택했다.

직접 녹음한 후 편집이 가능하다. [사진=밀리의 서재]

다음으로 할 일은 오디오북에 담을 문장 선택. 먼저 화면 왼편에 표시된 목차에서 ‘트라우마 환불 요청’을 선택했다. 목차를 클릭하면 바로 옆에 본문 내용이 방대하게 표시되기 때문에 ‘Ctrl+F’(검색 단축키)를 눌러 ‘재입대’ 단어를 검색, 재입대하는 악몽을 꾸는 대목을 선택했다. 이후 ‘이 문장 추가’ 버튼(문장 선택하면 자동으로 표시됨)을 눌러 녹음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목소리를 입히는 작업. 목소리를 가다듬고 ‘내 목소리 녹음’ 버튼을 누른 후 고양된 감정을 가득 실어 “대체 이런 꿈은 왜 파는 거예요?”라고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녹음 내용은 바로 확인이 가능한데,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익숙한 듯 낯선 본인 목소리는 생경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남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나도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런 당혹스러움을 예견했던 걸까. 녹음 버튼 옆에 마련된 ‘AI’(성우 목소리로 녹음) 버튼이 보이길래 냉큼 눌렀다. 다섯명(수아, 준상, 성욱, 연우, 민지) 성우 중 발성이 좋은 연우를 택한 후 ‘스크립트에 등록’ 버튼을 눌러 작업을 마쳤다.

다음으로 ‘해설/이미지 추가’ 버튼을 눌러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오디오북은 책 전체를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단을 발췌해 소개하므로 전체 맥락에 관한 요약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에 밀리의 서재에 오른 다수의 오디오북도 화자가 핵심 문장을 소개한 뒤 자신의 소감이나 추가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그렇게 작성을 마치고 최종 발행 전 ‘미리 보기’ 버튼을 눌렀더니 새로운 창이 뜨면서 본문 내용에 맞게 성우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성우 목소리에 해당하는 본문 글자에 형광 표시가 돼 현재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최초에 문단 단위로 선택하고 녹음해서 그런지 문단 전체에 형광 표시가 돼 깔끔함이 떨어져 보였다. 이에 기존 스크립트를 삭제하고 ‘문단’이 아니라 ‘문장’별로 다시 입력한 후 녹음한 끝에 비로소 간명함을 살릴 수 있었다. 문단을 문장별로 나누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기에 ‘내 PC에 저장’ 기능을 이용해 이틀에 걸쳐 작업했다. 동일한 컴퓨터로 작업했기에 ‘서버에 임시 저장’ 기능은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발행뿐. 발행 신청 후 저작권 침해, 비속어 사용 등의 문제가 없다면 메일로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 오디오북이 공개된 후 누군가가 해당 오디오북을 (3분 넘게) 듣는다면 100원의 적립금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다 보니 벌써 며칠째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십여명의 독자가 제작한 오디오북이 공개됐다. 오디오북이 선택된 수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수백명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 모델을 겸비한 새로운 시도가 독서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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