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콘텐츠에는 OO이 있다
재밌는 콘텐츠에는 OO이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2.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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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갇혀 있다 보면 자연스레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게 된다.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어떤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기에 빠져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콘텐츠가 재미있는 이유는 뭘까? 작가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 ‘스토리27’의 설립자이며 25년 이상 작가로 살아온 대니얼 조슈아 루빈은 책 『스토리텔링 바이블』에서 재미있는 콘텐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주인공은 능동적이고 결단력이 있다. 재미있었던 콘텐츠의 주인공들을 떠올려보자. 분명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주인공은 드물 것이다. 어째서일까? 일반적으로 능동적이고 결단력 있는 주인공이 특정 상황에서 더 다채로운 장면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밤중에 주인공의 집에 누군가 침입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주인공이 침대에 누워있는데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주인공이라면 그 상황에서 그저 바들바들 떨 것이다. 반면, 능동적이고 결단력 있는 주인공은 응급전화를 건다. 만약 전화가 먹통이라면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으러 뛰어다닌다. 무기가 없다면 도망치기 위해 창문을 열려고 애쓸 것이다. 창문이 열리지 않고, 누군가의 발소리는 가까워진다면 주인공은 유리를 깨서 깨진 유리를 무기로 쓸지도 모른다. 유리를 쥔 손에 피를 흘리며… 

둘째, 대부분의 등장인물에게 ‘가면’이 씌워져 있고, 그 가면은 점진적으로 벗겨진다. 여기서 가면이란 소설 『오페라의 유령』의 주인공 에릭이 쓴 것과 같은 ‘물리적인’ 가면만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숨은 욕망이나 의도를 감추는 수단이라면 행동방식이나 패션, 등장인물이 집착하는 대상 역시 가면이 될 수 있다.     

가면이 조금씩 벗겨지는 순간은 놀라움을 자아내고, 그 놀라움은 재미의 일부이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이 재미있는 이유는 남자 주인공 ‘다아시’의 가면이 점차 벗겨졌기 때문이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다아시는 냉혈한이며, 거만하고 잔인하게 묘사된다. 그는 또 다른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춤을 추며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엘리자베스의 언니와 자기 친구 빙리 사이에 피어나는 감정을 모욕한다. 작가는 소설의 중반부까지 독자가 다아시를 부정적인 인물로 인식하게 할 만한 증거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에 다다르면서 다아시의 새로운 면모가 밝혀진다. 다아시는 실제로는 마음이 따듯하고, 도덕적인 인물이며, 아주 약간 교만할 뿐이었다.

셋째, 등장인물의 본성이 변화한다. 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 월터 화이트가 인정 많고 도덕적인 화학교사에서 냉혈한 마약상으로 변모할 때, 영화 <대부>의 주인공 마이클 콜리오네가 훈장을 받은 해군이었다가 마피아계의 냉혹한 ‘대부’로 변화할 때 시청자의 심장은 뛴다. 또한, 이런 극적인 변화가 아니더라도 변화는 재미를 끌어낸다. 사뮈엘 베케트의 걸작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두 부랑자가 한 줄기 모호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에서 그런 희망마저 없어진 인간으로 변모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즉, 이유 있는 변화여야 한다. 가령 월터 화이트가 변화한 이유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상황에서 가족에게 남겨줄 것이 빚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피아 ‘대부’의 아들로 태어난 마이클 콜리오네가 냉혹한 마피아가 되는 것 역시 필연이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콘텐츠 속 등장인물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대개는 주인공이 그러한 상황에 처한다. 최악과 차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든지, 두 가지 멋진 일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든지 하는 압박이 부여된다. 가령 출근길에 한 할머니가 쓰러져있는데, 전날 폭압적인 상사에게서 ‘한 번만 더 지각하면 해고야’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콘텐츠는 흥미로워진다. 가까스로 취업한 회사가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발하려는 마음이 생겼으나, 당장 자신의 월급으로 불치병에 걸린 가족의 병원 입원비를 대야 하는 상황도 딜레마다.  

한편, 재미있는 콘텐츠가 하나같이 이런 ‘공통점’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어떤 콘텐츠들은 이와 반대되는 특징들로 인해 ‘클리셰를 깼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면서 왜 그 콘텐츠가 재미있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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