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황무지 5월의 고해’ 김태영 작품 시나리오집
[책 속 명문장] ‘황무지 5월의 고해’ 김태영 작품 시나리오집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10.03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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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꿈을 꾸었다. 스스로 붙인 ‘희망의 궁전(딜쿠샤)’에서 부활의 꿈을. 냉동(?)에서 깨어나 보니 31년이 지났다. 

아니, 35년이 지났다는 게 정확하다. 소설가 황석영 님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고 충격을 받아 1985년 <관찰노트>(22분/최민수 주연)를 제작했다. 그런데 이 영화필름을 택시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2년 뒤인 1987년 <칸트 씨의 발표회>(35분/조선묵 주연)로 다시 제작했으니…. 

매일 아침 묵상기도를 보내오시는 나의 신부님, 가톨릭문화원 원장 박유진 신부님의 말씀에 의하면 “하나님이 계획하신 거”란다. 

아멘!

그래 맞아! 하나님의 계시야, 이건! 5월 초부터 사무실의 내 의자 뒤에 놓여있는 화분의 ‘천년화’가 흰 봉오리를 맺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노란색으로 변해갔고, 2020년 5월 18일 마지막 4번째 꽃봉오리가 활짝 피었다. 너무도 진한 향내와 함께. 그 향내는 5월 광주 ‘수의’가 ‘천년화’의 희고도 노란 봉오리를 입고서 오월 광주 영령들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365일 40년, 타는 가슴속 ‘5월의 고해’를 토해내고자…

1989년 보안사가 문화공보부를 통해 상영을 금지했던 <황무지>는 그해 56월 광주의 드라마 스튜디오에서 상영 도중 필름 탈취에 뒤이어 예정돼 있던 일정대로 대학로의 예술극장 금강(신동엽씨의 부인 인병선 대표)에서 부득이 방송용 테이프로나마 상여하고자 했다. 하지만 상영 첫날, 경찰과 형사, 문공부 직원들에게 방송용 테이프를 압수당했다. 

그리곤 1년 뒤인 1990년 5월, 황무지를 상영하려던 죄로 ‘실정법 위반-1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참고로, 금년 상영작 <황무지 오월의 고해> 속의 <황무지>는 1989년 당시 압수 전에 복사해 놓은 마지막 테이프로, 이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황무지>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김의기’이다. 광주 계엄군의 탈영병사 김의기(미카엘/조선묵)는 신부님(전무송)에게 고해한 후 광주 망월동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로 ‘양심선언’을 한 뒤 오월의 무명열사 묘비 앞에서 분신자살을 한다. 천 번 만 번 용서를 빈다는 마음으로…. 

‘김의기’란 이름은 1980년 5월 30일 당시 계엄군 총칼에 침묵하던 서울시민들에게 서울의 기독교회관에서 광주의 비극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등사하다가 계엄군의 검색에 쫓겨 피해가다 6층서 실족사한 서강대 대학생, ‘김의기 열사’를 추모코자 주인공 이름으로 인용했다. 

이제 40년이 지났다. <황무지 5월의 고해>는 말한다. 

1980년 오월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3,000여명의 병사들이여!

전두환의 잘못된 군사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광주시민을 학살한, ‘총칼’로 200여명의 국민을 죽인 
병사들이여!

이제 40년이 지나 더 늦기 전에, 
죽기 전에 ‘양심선언’을 하고 사죄하라!!!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군대는 누구를 위한 군대였나?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과연 국민을 위한 나라였던가?

‘오직 한 가닥, 타는 목마름으로’ 
올바른 민주주의를 찾고자 한다. <10~13쪽>

『황무지 5월의 고해』
김태영 지음│개벽사 펴냄│224쪽│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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