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美·中 틈바구니, 우리 운명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까
[서평] 美·中 틈바구니, 우리 운명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까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6.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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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파워가 급격히 증강하고 있는 것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이는 약 2400년 전, 27년이나 지속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에 대한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분석이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힘의 구조 변동은 필연적으로 국제 정치에 충격을 가져온다.

2400년 전의 세계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국제정치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양국이 세계를 양분, 세력이 충돌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중국은 21세기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은 패권국의 지위를 계속 누릴 수 있을까. 두 나라 힘의 추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운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지정학적 선택은 무엇인가.

국제정치 전문가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테마이지만 일반 시민들이라고 결코 관심을 게을리할 문제가 아니다.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전략』, 이 책은 중국은 과연 패권국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서 본격 출발한다.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게 최근까지의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견해라는 게 저자의 답이다.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견해라고 말한다. 중국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앞으로 30~40년 지속돼야 가능하다. 세상에 그런 나라가 어디있나. 그동안 고도성장을 누린 세계 어느나라도 매년 성장률 10%를 기록한 경우는 없다. 있을 수 없는 숫자다. 그런데도 왜 성장률 10%  30년 지속이라는 가정을 내세우고 중국의 패권국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을까. 연구기관이나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국이 미국을 GDP에서 앞서는 해를 2020년 또는 2030년으로 보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이런 예측이 대세였다.

그러나 아주 최근 중국이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한국 국민들이 중국의 패권국 가능성에 점수를 높이 주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친중국 태도 때문이다. 적어도 지난 5년동안 한국 언론과 출판시장은 중국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주류였다. 『정글만리』를 지은 소설가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이 곧 G1이 될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저자는 중국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근거가 있는 말일까.

미국 조지 프리드먼 박사는 중국 미래에 대해 가장 비관적 입장이다. 한국 언론에도 여러차례 소개된 프리드먼 박사는 미국이 2100년까지도 세계 최강국으로 남는다고 주장하며 중국이 이런 미국의 자리를 대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프리드먼 주장을 뒷받침하는 조짐들이 보인다.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성장률이 8% 미만으로 내려갔고 2015년 이후에는 7% 미만으로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GDP 성장률 8%를 경제성장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해왔다. 8% 성장을 유지하지 못하면 사회에 큰 변란이 야기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기를 쓰고 유지하려는 것이 바로 경제성장률이었다.

다른 하나, 중국이 절대로 패권국이 될 수 없는 이유. 바로 지정학적 위치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라. 미국 지정학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유리하지만 중국은 정반대다. 영토 크기는 두 나라 비슷하지만 국경선 길이가 중국은 22,117km, 미국은 12,034km다. 이론상 국경방위에 쏟는 힘이 중국이 미국보다 1.8배다.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지낸 쥐스랑은 “미국은 남북 양쪽에는 약한 이웃들이 있고 미국의 동쪽과 서쪽에는 물고기가 있다”는 말로 미국의 지정학적 유리함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미국은 본토 안보를 걱정할 일이 없다. 미군은 해외 나가 싸우면서도 안방 걱정할 일이 없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4개 나라와 육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러시아, 몽골, 인도, 베트남 등 어느 한 나라 만만한 나라가 없다. 북한마저도.

이 주변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을 늘 경계하고 있다. 또 중국 주변국 거의 대부분은 미국과 동맹국이거나 최근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오바마 예에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베트남은 주요 항구를 미군함이 정박하도록 협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베트남 모두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결과다. 미국은 일본 러시아 베트남 등을 전략적 동맹국으로 삼아 중국의 아시아 패권 추구를 결단코 저지하려 할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아시아는 라이벌들의 집합체다. 이들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시아에서 하나의 패권국 출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 3강 중 적어도 하나를 미국의 동맹으로 엮어 놓으면 족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이 패권국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 미국 현실적인 국제정치 이론가로 유명한 미어세이머 교수는 중국이 성장에 실패해 아시아 전체를 지배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 손을 뗄 수도 있고 한국에 대한 안보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어세이머 교수는 중국이 부상해도, 부상을 멈춰도 한국 안보 환경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머리맡에 있는 북한의 위협은 어떤가. 미국 외교 관리들은 북한의 위협을 논하고 있지만, 국제정치에서 미국은 북한을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뜻으로서 미국에겐 위협이 될 나라는 오로지 중국뿐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부상해도, 부상을 멈춰도 한국 안보에 문제인 상황이 도래한다. 중국 성장이 중단된다면 한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미군 철수도 가능하다) 벅찬 중국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중국은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가까운 척 하다가 결정적일 때 외면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직후, 중국은 한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건 핫라인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중국과 관계를 돈독히 가져 북한 핵문제 실마리를 찾으려는 박근혜 정부 노력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중국과 일본을 믿을 수 없는 게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국가 대전략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통일 강대국 건설’이다. 이를 조성할 국제환경은 미국의 우위가 유지되는 동북아뿐이다. 저자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한반도 주변 통일 방정식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것. 통일을 반대하는 중국의 힘이 멈칫하고 있고 북한의 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고 일본은 미국이 나선다면 통일을 지지하는 편으로 끌고 올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때, 통일의 기운이 익고 있다.

저자는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연구실장, 한국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군사 안보 전략에 관한 논문이 다수 있다.

■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
이춘근 지음 | 김앤김북스 펴냄 | 432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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