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숲
김 종 찬
회사를 빠져나온 트럭이
48번국도 도로 위에 의자를 떨구고 갔다
내팽개쳐진 의자가 불안하다
달리던 길이 브레이크를 밟고 장애물을 피해간다
어떤 속도는 핸들을 꺾어
중앙선을 침범하기도 한다
떨어진 후유증으로 볼트가 반쯤 풀리고
등받이 쪽은 금이 갔다
자동차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의자가 길바닥에 나뒹군다
아무도 치우지 않는 의자
사무실에서 몇 십 년 안락하게 회전하던 때를 놓치고
질주하는 도로의 차선을 붙들고 서있다
도로가에는 이제 막
벚꽃이 하나 둘 봄을 부풀린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꽃의 언 입이 가지를 물고 있다
안간힘이다
-계간 <아라문학> 여름호에서
■김종찬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감상평
회사 트럭이 국도변에 떨구고 간 다 쓴 의자가 퇴직으로 내몰려 버림받은 인생 같다고 써내려간 시이다.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하다 보면 퇴직 후 직종을 바꾸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미리 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절망이 엄습한다.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년의 나이에 직장을 나서게 되면 더 긴 세월을 버텨내야 하는 일이 끔찍하기 짝이 없다. 노령화 사회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상황에서 중년의 퇴직자들은 쏟아져 나와 한꺼번에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꽃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도 잃지 않는 한 가닥 희망은 아름답다.
/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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