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숲
신 미 균
손만 대도 쓰러질 것같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대문
굳이 열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 열어버리고
떼어다 팔든지
내버려두든지
그저 처분만 바라고 있다
뒤로 돌아가
돌멩이라도 괴어주다 보면
어느새 은근히 몸을 기대오는
저승꽃 잔뜩 핀
시골집 대문
- 시집 『웃기는 짬뽕』에서
■ 신미균
○ 서울 출생
○ 1996년 <현대시>로 등단
○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 『웃는 나무』, 『웃기는 짬뽕』
■ 감상평
세상이 많이 변했다. 초현대식 아파트가 아니라도 요즘 웬만한 아파트는 함부로 드나들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 정문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아파트도 있다. 신분증이 필요하거나 입주자의 사전 승낙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출입 비번은 알아야 들어갈 수가 있다. 살기가 좋아지다보니 지켜야 하는 것도 많아진 것이다. 지킬 것이 별로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찌그러진 대문은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었고, 그나마도 없는 집이 태반이었다. 수십 년 그저 형식적으로 매달려 있는 대문은 풍우에 시달려 녹슬어 거의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 사절에도 동네마다 잘 사는 집 대문은 항상 굳게 닫혀 있기도 하였지만, 대문이 없는, 대문이 항상 열려 있는 시절은 이제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
/ 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아라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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