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아무도 거스르지 못할
빛의 가장자리 껍질 벗는 일체의 속살
가슴 떨리는 두려움으로
해를 맞는다 새벽 어둠을 뚫고
솟아 오르는 하나의 둥그런 자유
그 부신 나래에 매달린 아침 열리고
그림자 덮인 산자락도
윗도리 걸치며 일어선다
숲 속 잠든 한 마리 들짐승과
새들도 눈을 떠 둥지 밖을 내다보고
멀리 뻗어 나간 길과 돌아드는 시내까지
땅 끝에서 땅 끝으로 달려가는
새 숨결의 출렁임 하늘 우러르는 기도와
작은 용서의 속삭임까지
깨어나는 빛살 앞에 무릎 꿇는다
[이해와 감상]
해돋이를 향한 삶에의 진실 추구
김태호 시인은 2014년 새해를 맞아 시 「해돋이」를 제시하며 서정시로서의 가편(佳篇)의 해를 떠올렸다. 이 작품은 참으로 조용한 이미지의 세계 속에, 생명에의 외경(畏敬)과 삶의 진실을 그 주제로 삼아 “아무도 거스르지 못할/ 빛의 가장자리/ 껍질 벗는 일체의 속살/ 가슴 떨리는 두려움으로/ 해를 맞는다”(제1연)고 하는 화자의 엄숙한 새해의 ‘해돋이’를 우뚝 솟구친다. 한국 현대시의 영토는 서정의 빛나는 터전을 광대하게 펼쳐 주었다.
무릇 릴리시즘(lyricism)의 바탕 위에서 새롭고 신선한 릴릭 포이트리(lyric poetry)를 엮어내는 게 서정시인의 작업이다. 왜냐하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정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시는 결코 이야기이거나 웅변이며 연설도 아니다. “새벽 어둠을 뚫고/ 솟아 오르는 하나의 둥그런 자유/ 그 부신 나래에 매달린 아침 열리고/ 그림자 덮인 산자락도/ 윗도리 걸치며 일어선다”(중반부)는 이 해돋이의 빼어난 메타포는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아울러 당당하게 제시하고 있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