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배려’의 한가위
‘나눔’과 ‘배려’의 한가위
  • 조석남
  • 승인 2012.09.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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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석남 편집국장]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니 곳간에는 곡식으로 넘쳐나고, 여름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은 시원한 가을바람이 어루만져준다. 전통적으로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팔월 한가위(추석)야 말로 일년 중 가장 풍요로운 날이요, 구정(설날)과 더불어 큰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 6부의 여자들을 두 편으로 가른 다음 왕녀 두 사람이 거느리고 7월 16일부터 길쌈을 하도록 시켰다. 8월 15일에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 진 편은 술과 밥을 장만해 이긴 편에게 사례하도록 했다. 이 때 노래와 춤, 온갖 유희가 일어나니 이를 가배(嘉俳)라 했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변하고 다듬어져 온 명절이 한가위다.
풍요로움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즐거움을 주는 놀이도 했고 다양한 음식도 마련했다. 세시풍속으로 줄다리기, 반보기, 차례(茶禮), 성묘(省墓), 소싸움, 고사리 꺾기, 강강술래, 씨름 등을 했다. 송편과 토란국, 닭찜, 누름적, 화양적 등을 만들어 미각을 즐겼다.
 
이처럼 넉넉해야 하는 한가위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저마다 옹색하기만 하다. 가난한 살림에도 지나는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내주고, 식사를 대접했던 조상님들의 아름다운 마음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황금만능주의에 찌든 인간의 이기심으로 가득찬 세상이 됐다. “아흔 아홉 섬 부자가 한 섬 가난뱅이에게 ‘백 섬을 채우게 내놓으라’고 한다”는 옛말처럼 탐욕스런 일부 기득권층의 부조리가 드러나고, 불공정한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서민들은 절망한다.
설레고 즐거워야 할 날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더 서럽고 쓸쓸하기만 하다. 세월이 갈수록 고향의 이웃은 줄어들고 사는 모습도 바뀌고 있다. 정갈하게 가을걷이 해놓고 마을길 누비던 어른들은 어느덧 늙고 병들어 하나둘씩 생을 접는다. ‘그런게 사는 이치’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허전하긴 마찬가지다.
해마다 치르는 귀성 전쟁은 저마다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을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인간의 ‘귀소본능’, 거기에는 ‘원초적 평등’이 있다. 온갖 경쟁과 차별, 억압과 착취로 시끄러운 세상이지만 그 무엇도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숙명을 바꾸지 못한다.
우리의 ‘귀소본능’에는 어쩌면 누군가와 비교경쟁하는 관계로부터 벗어나 있다고 기억되는 땅에 스스로 안기고자 함이 있는 게 아닐까? 명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도 땅을 떠나면서 잃어버렸던 인간 정서를 땅을 매개로 잠시나마 공감하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귀성열차에 몸을 싣거나 교통체증을 무릅쓰는 것도 잠시나마 비교경쟁의 아수라에서 벗어난 관계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1천 년 넘게 이어져온 ‘나눔’이라는 미덕의 쇠함이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한가위에는 외롭고 불우한 사람들을 한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제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들고 제 가족 챙기기도 어려운 처지에 주변이나 남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는 힘들 것이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불안하고 움추린 마음임을 잘 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계층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 덜 먹고 덜 쓰고 해서 주위를 보살피고 베푸는 마음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8월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헛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바라건데 이번 한가위에는 고향의 정기를 듬뿍 받아 가슴 속에 ‘희망’을 한아름씩 안고 일터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팔월 보름달은 ‘나눔’과 ‘배려’라는 이름의 온기를 함박 머금고 삶에 지친 우리 모두를 포근히 안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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