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2> 임징하의 독서의 이유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2> 임징하의 독서의 이유
  • 독서신문
  • 승인 2011.10.3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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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西齋) 임징하의 『서재집』(왼쪽)과 그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제주도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적려유허비(謫廬遺墟碑)     © 독서신문
 
 
[독서신문] 임징하(任徵夏·1687∼1730년)는 조선 숙종과 영조 때의 문신이다. 자는 성능(聖能), 호는 서재(西齋)다. 노론 강경파로 소론이 정권을 잡은 신임사화 때 실각했다. 노론이 다시 집권하자 등용됐으나 영조의 탕평책(蕩平策)에 반대하며 소론 제거를 주장하다가 평안남도 순안으로 유배됐다. 소론이 재집권한 정미환국 때 제주의 대정현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었고, 이듬해 고문을 받다가 옥사했다. 문집에는 『서재집(西齋集)』이 있다.

귀양살이를 한 임징하의 교육관은 「유촉제자훈(遺囑諸子訓)」에서 엿볼 수 있다. 『서재집』에 실려있는 「유촉제자훈」은 아들들에게 훈계하는 글이다. 그는 독서는 과거가 목적이 아닌 인격도야로 보았다.

큰아들 임시구에게 쓴 말은 의미심장하다. 큰 아들의 과거준비를 말린 것이다. “시구는 건강이 좋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아 오해를 받기 쉽다. 지금부터는 과거공부를 중지하고 성현들의 글을 읽어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데 힘써라. 조상으로부터 이어져온 것을 지키지 못하면 빌어먹는데 이른다. 이는 나라를 지키지 못한 임금의 죄와 다를 바 없다.”

둘째아들 임시팔에게는 이렇게 얘기했다. “과거는 스스로 알아서 해라. 그러나 과거에 급제를 하여 세상에 나가면 아버지를 경계로 삼아서는 안된다. 오직 그 마음을 극진히 할 따름이다.” 아버지처럼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말고 글에서 배운대로 선정을 베풀라는 의미다.

다음은 그가 옥중에서 쓴 글이다.

“아들 시구는 보아라. 이미 예상했던 대로 아버지가의 처지가 난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이 충성과 효도로 인해 죄를 지었으니 비록 죽더라도 부끄럽지 않다. 나는 결코 슬프게 생각하지 않으니 염려하지 말아라. 너는 오직 몸을 천금처럼 중하게 여기고 가문을 이어나가라. 조상의 숭배를 멈추지 말고, 어린 아우를 꼭 어루만져 가르치도록 해라. 이 일은 아주 중요하다. 아버지가 오늘 영원히 이별하면서 하는 말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죽음 앞에서도 아들의 교육을 강조한 임징하는 그러나 공부 목적이 출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나는 당초 너희에게 독서를 권장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독서는 출세를 위한 공부가 아니다. 다만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함을 말한다. 역사책을 잘 읽어보면 옛날 일을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임징하가 보는 공부는 제주도 유배시 제자들에게 남긴 시에서도 분명히 나타나 있다.
 
성현의 책을 읽어 배우는게 무엇이랴.
이 마음으로 하여 천지에 부끄러움이 없게 하는 것이로다.
옛부터 어느 누가 죽지 않았으리오.
귤밭이 곁에 있으니 백세를 기다려 보세.
아아, 제자들이여.
나를 계감으로 삼지 말라.
방문을 닫고 독서에 게으리지 말고 부지런하게나.


 / 이상주(『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공부 열광』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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