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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장발장’의 사연을 가진 책도둑 사건들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시골 부모님께 손 벌릴 수 없어서 책을 훔치게 된 취업재수생과 고시생,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습서와 자습서를 훔치게 된 저소득층 청소년, 오랜 기간 실직 상태로 생활고를 겪다 책 살 형편이 못돼 한 권씩 훔치기 시작한 것이 1년여 동안 162권(225만원 상당)을 훔치게 된 40대 실직자 등 연령과 사정도 각양각색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 역시 한달 35만원의 최저생계비 지원으로 살아가는 병든 홀어머니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며 생활을 꾸려가는 형을 둔 20세 청년이었다. 형제는 열악한 현실에 굴하지 않기 위해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모두 했다.
희망을 갖고 견디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주경야독으로 대학에 진학도 했다. 자기처럼 어렵고, 아니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하고 싶어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어머니 약값에 자신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언제나 힘겨웠고, 책값으로 쓸 돈은 항상 궁했다.
비싼 전공서적은 엄두를 내지 못했고, 형에게 상의하기도 더욱 미안했다. 고민하던 청년은 우발적으로 전공서적 몇 권을 훔치다가 적발돼 처벌을 받게 됐다. 청년의 형은 동생이 그렇게 된 게 자기가 미력했기 때문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대신 처벌을 받고 싶다며 울먹였다.
최저생계비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혜택이 증가하고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범죄자로 전락하는 가슴 아픈 이웃들이 많다. 각종 교육·문화·복지 바우처들 중에 ‘북바우처’ 역시 최저생계에 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학습과 교육은 삶의 기초 도구이며 필수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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