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구치 미츠루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모리구치 미츠루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 독서신문
  • 승인 2009.03.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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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권하는 한권의 책
 
사체를 통해 만나는 생명과 자연의 세계
 

▲ 모리구치 미츠루의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표지     © 독서신문
여성 잡지나 인테리어 관련 카페를 드나들다 보면 낡은 옷을 유행 스타일로 바꾸거나 남들이 버린 가구들을 새가구처럼 꾸미는 리폼작품을 만나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리폼을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는 리폼이 남들이 죽어 있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유행  한참 지난 청바지가 예쁜 미니스커트로 또는 개성 만점인 가방으로 변신하고 한 사진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남들이 버린 가구를 주워 와서 프로방스 스타일의 고급 가구로 만들거나 빈병이나 라면 박스로 인테리어 소품들을 만나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처음부터 내가 없는 재능을 가진 리폼의 달인처럼 느껴진다. 

이 세상에서 동물의 죽은 시체 따위를 주워 모으는 사람이 존재할까? 동물의 죽은 시체를 관찰해서 무엇을 발견하고 얻을 수 있을까? 사체란 사람 또는 동물 따위의 죽은 몸뚱이를 말한다. 누구나 사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징그럽고, 무섭고, 더러워서 피해야할 아무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 남들이 피하는 사체를 소중히 모으고, 관찰하여 그 속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괴짜 교사가 한 명 있다. 바로 일본 자유의 숲 중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시는 모리구치 미츠루가 그 주인공이다. 

지은이와 아이들은 사체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찾아낸다. 동물의 식성, 평소 습관, 심지어는 진화의 과정까지! 그들은 이렇듯 사체 안에서 생명을 만나고, 자연을 배운다. 또한, 사체를 통해서 사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자세와 인생의 지혜까지 발견한다. ‘죽어 있는 것’ 을 통해 ‘살아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어떤 동물은 이런 저런 특징이 있다는 식으로 단순히 지식들을 편집해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은이와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연구한 것만을 전하고 있다. 게다가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도 참신하다. 직접 관찰하고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만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관찰을 하는 과정에서 품은 의문, 실패한 추리나, 완성되지 않은 결론까지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사체 속에서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체는 그저 기분 나쁘고, 무서운 것일 뿐이라 말한다. 그렇다 노력이다! 학생들이 지은이에게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체를 만지시네요.” 라고 말하자 그는 자신도 처음부터 만질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자주 보고, 그리는 과정에서 익숙해진 거라고 말한다.  즉, 타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겠지만 사체를 잘 다루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내가 앞서 말한 리폼의 달인들도 처음부터 리폼의 달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들이 버린 물건들을 주워야 하는 수고로움, 이것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으리라. 그뿐인가. 남들에게 멋진 작품으로 선사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역시 세상은 공짜가 없는 법이다.  

남들이 버리는 물건을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리폼의 달인들과, 남들이 버리는 사체를 가지고 자연과 생명을 발견해 내는 미치루 선생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작은’ 것에서도 ‘큰’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미츠루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사체를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다.’ 라고 말한다. 오늘 늘 하루 쓸모없다고 생각하거나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나는 무엇을 통해 세계를 볼 수 있을까?

/ 류현승 일신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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