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일, 만우절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트렌치코트와 5대5 가르마를 유행시켰던 시대의 아이콘이자, ‘홍콩의 영원한 별’, ‘꺼거’, ‘전설의 맘보춤’ 등 다양한 수식어로 회자되는 장국영.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장국영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홍콩영화 전성기를 이끈 배우이다. 1976년 홍콩 ATV 아시아 뮤직 콘테스트 2위로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 그는 <홍루춘상춘>(1978)을 통해 영화계에 발을 들였고, <아비정전>(1990)을 통해 제10회 홍콩금상장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홍콩의 대표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주연작 <패왕별희>(1993)가 제46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됐다.
언제나 멋진 연기로 계속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았던 그는 지난 2003년 4월 1일, 자신이 묵고 있던 홍콩 오리엔탈 호텔 24층에서 투신해 숨을 거뒀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었으며 그의 나이는 46세였다. 당시 만우절의 거짓말 같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부정하고 믿지 못하는 팬들이 대다수였고, 충격으로 모방 자살을 하는 ‘베르테르 효과’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 사망 20주기를 맞아 ‘장국영 20주기 추모상영’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대표작 두 편이 재개봉한다.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은 지난 3월 30일부터,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4월 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에서 그는 유독 상처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아비정전>(1990) 속 ‘발 없는 새는 영원히 날 수밖에 없다’는 비유처럼 상실과 아픔이 있는 인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주성철 씨네21 기자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흐름출판)을 통해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고 슬프고 아픈 캐릭터를 연기할 때 열광했던 그 시절, 그가 상처받고 부서지는 모습을 모른 척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그를 그리워하는 것은 배우 장국영이 아닌 인간 장국영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장국영의 죽음은 화려할 것 같았던 그의 삶에도 쓸쓸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했다.
해마다 4월 1일이 되면 오리엔탈 호텔 정문 주위는 그가 좋아했던 백합과 편지,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로 발 디딜 곳이 없다고 한다. 호텔을 찾아가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장국영은 영원한 ‘국민배우’이다.
[독서신문 장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