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우리가 원하던 수사관들의 처절한 범죄복수극 『심리죄: 검은 강』
[책 속 명문장] 우리가 원하던 수사관들의 처절한 범죄복수극 『심리죄: 검은 강』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4.1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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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어둠이 내린 도시는 낮과 달라 보였다. 모든 길과 건물이 새로 생겨난 것처럼 생경했다. 팡무는 문득 지하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여긴 지하에 잠든 또 다른 세계다. 이곳에서는 걷는 사람도, 행동의 규칙도 전부 뒤집힌다.<72쪽>

고요히 흐르는 검은 강은 모든 것을 삼키는 거대한 입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것들을 보자 팡무는 등골이 오싹했다. 유사 이전에 만들어진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30년도 살지 않은 자신은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수천 년 전 혹은 더 이전에 이 검은 강에 발을 들인 인간의 눈앞에도 지금 팡무가 보는 것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이것들은 그저 이렇게 묵묵히 서 있고, 묵묵히 흐를 뿐이다. 바깥의 세월이 어떻게 흘러도, 왕조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져도, 불로장생을 외치던 인간이 하나하나 재가 되어 사라져도 이것들은 언제나 이곳에 존재하며 수백만 년이 하루 같은 자신의 영구불변함을 증명했다.
불멸이란 말은 모두 허튼소리였다. 영원함이란 얼마나 두려운 것이던가.<379~380쪽>

가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경찰이 돼서 나쁜 사람을 잡을 거예요.”
정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아이를 보며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니?”
아이는 여전히 아득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정린이 아이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머릿속은 불이 붙은 듯 들끓어 올랐다.
아이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는 몰랐지만 자신의 질문에 답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우스울 만큼 시답잖은 질문.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정린이 금세 고개를 돌렸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온몸이 가뿐해졌다.
“경찰이 돼서 나쁜 사람을 잡는다.” 그가 작게 그 말을 내뱉으며 미소 지었다.
정린이 고개를 들어 백미러 너머로 잔훙을 바라봤다. 동시에 그를 보는 잔훙의 눈에도 의연함과 단호함이 가득했다.
정린이 몸을 굽혀 계기판에 놓인 휴대전화에 대고 짧게 말했다. “펑뤄하이, 사람을 구해.”<413~414쪽>

『심리죄: 검은 강』
레이미 지음 | 이연희 옮김 | 한스미디어 펴냄 | 536쪽 |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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