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행사, 여성 아이돌,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을 묻다
여성 비행사, 여성 아이돌,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을 묻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2.08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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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촉발한 ‘미투 운동’으로 페미니즘의 물결이 전 세계를 뒤덮은 이후,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출간된 관련 서적들이 주로 페미니즘의 역사와 이론을 설명하는 학술서 위주였다면 올들어서는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풍경과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에만도 『우주를 꿈꾼 여성들』(돌베개), 『여신은 칭찬일까?』(도서출판 산디),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글담출판사) 등이 잇따라 나왔다. 이들 책은 거대 담론이 아닌, ‘여성 비행사’ ‘여성 아이돌’ ‘여성 노동자’ 등 우리의 일상과 가깝게 맞닿아 있는 여성들의 삶을 통해 페미니즘의 가치를 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갖가지 어려움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난해한 용어와 이론에 가로막혀 선뜻 도전하기 힘들었던 독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우주를 꿈꾼 여성들』의 저자 타냐 리 스톤은 개발도상국 소녀들이 성장하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교육 장벽을 이야기한 『걸 라이징』처럼, 역사 속에서 잊힌 인물들이나 세상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실화에 관심을 가져왔다. 저자는 여성이 제 이름으로 대출을 받을 수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도 없던 시대에 당시 공고하던 ‘사회질서’라는 이름의 편견에 맞서 제 날개로 우주를 비행하려 한 여성들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책은 우주 경쟁이 막 시작된 1960년대 초 미국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변화를 꺼리는 NASA(미항공우주국)와 워싱턴 정가의 권력자들, 여성에 대한 통념을 여실히 보여 주는 언론, 오만한 남성 동료들 사이에서 “광활한 우주가 남성에게만 속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며 우주 비행을 꿈꾼 13명의 여성 이야기가 독자들의 가슴을 흔든다.

‘여자 아이돌’을 소재로 한 대중음악평론가 최지선이 쓴 『여신은 칭찬일까?』는 “카메라는 여자 아이돌을 어떻게 응시하는가?” “여자 아이돌이 요정이라면 그건 칭찬일까?” 등의 물음을 던지며 대중이 여자 아이돌에게 어떤 시각적인 특징과 콘셉트를 기대하는지, 이런 시각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하게 따진다.

가령 저자는 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말고 너’ 등의 뮤직비디오를 근거로, 카메라가 어떤 방식으로 여자 아이돌을 관음하는지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뮤직비디오에서 남성은 보고, 여성은 보이는 구도가 지속된다. 그는 “일반적으로 카메라의 시선은 관객의 시선이다. 이것은 여성을 응시하는 남성의 시선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어느 순간에는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어떤 뮤직비디오는 이를 넘어 노골적으로 남성의 관음증적 시선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이 공동으로 집필한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은 대학에서 노동자의 성별, 인종, 민족이 노동 기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 저자들의 관심사가 반영됐다. 그들은 젠더와 노동을 엮어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며 전 세계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현상을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다.

특히 파드빅은 “여성과 남성에게 서로 다른 업무를 할당하는 것, 즉 성별분업은 노동의 핵심 속성이다. 모든 사회는 일정 정도 노동자의 성별을 근거로 업무를 선정한다”며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자질과 능력을 보유한다고 여기는 성별 고정관념은 만일 고용주가 이 고정관념을 근거로 고용, 배치, 승진 결정을 내릴 경우 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여성은 이런 일에, 남성은 저런 일에 더 유능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은 고용주가 여성을 관례적인 여성의 일자리에, 남성을 관례적인 남성의 일자리에 고용하게 만들 수 있다”며 “관례적인 남성의 일자리는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이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노동에 붙은 ‘성별 꼬리표’를 시작으로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성불평등 사례,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직장과 가정이 부딪힐 때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등을 상세하고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논고한다. 나아가 노동자들로부터 수집한 인터뷰 등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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