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거대 농축산업과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지정학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책 속 명문장] 거대 농축산업과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지정학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8.1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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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여기 있는 글들은 대부분 생물문화적 존재이자 사회정치적으로 우리와 적대하고 있는 인플루엔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농업과 전염병들, 진화, 생태학적 회복력, 변증법적 생물학, 과학의 관행, 그리고 혁명에 대해서도 파고들었다. 마음이 지시하는 대로 가느라 계획에서 벗어나고는 했지만 여기 다룬 주제들은 놀라우면서도 꼭 필요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중략) 

진화생태학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해, 인류의 역사가 복잡하게 사회화된 문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감염병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인간은 땅과 바다에 물리적, 사회적 환경들을 만들며 그 환경들은 병원균이 진화하고 확산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그렇지만 병원균은 인간 역사의 파도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런 단순한 주인공들이 아니다. 의인화를 해 보자면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의지가 있다. 대리인을 내세우기도 하고, 자기네들의 진화적 목적에 맞춰 애그리비즈니스를 협상장으로 불러내기도 한다. 자기들이 더 뛰어나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장소로. 물론 그 협상이 조약이나 계약서로 쓰이는 법은 없으며 심지어 우리는 이를 협상으로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 협상의 양측 당사자들은 서로의 이익을 농업 분야에서 교묘히 결합시킨다. 자기 영영ㄱ에서 어쩔 수 없이 상대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때도 있다. 농식품산업과 병원균의 그런 융합은 그저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부산물일 뿐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아낸 바로는 그 반대였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충격적인 발견이다. 어떤 바이러스도 인플루엔자를 퍼뜨리기 위해 실험실에서 계획적으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인간과 미생물의 공모는 인류와 수많은 생명체들을 위험으로 내몰 수 있다. 

『펜데믹의 현재적 기원』
롭 월러스 지음│구정은·이지선 옮김│너머북스 펴냄│400쪽│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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