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흔히 프로이트와 융 둘 사이의 끌림, 반감, 이기심으로 비친 관계는 사실 삼각관계였다. 블로일러를 대신하고 싶었던 융은 프로이트에게 열심히 자신을 알렸다. 블로일러가 덜 믿음직해지자 프로이트는 융이 몹시 필요했다. 블로일러의 권위에 반감을 가졌던 융은 장차 프로이트와도 권력 다툼을 벌인다.<94쪽>
로르샤흐는 피셔가 말한 감정이입이 일어나도록 작동하는 심리 경로를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고, 1912년 학위 논물을 마무리했다. 「‘반사 환각’과 관련 현상 연구」라는 제목만 들으면 머릿속이 멍해지겠지만, 주제는 우리가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관련성에 대한 것이었다.<162쪽>
로르샤흐는 줄기차게 상상보다 지각을 더 강조했다. 따라서 그가 사람들에게 물은 것은 무엇을 찾아냈는가, 상상했는가, 볼 수 있었는가가 아니었다. 그 대신 무엇을 보았는가를 물었다.<218쪽>
두 사람 모두 로르샤흐 검사를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도구로 본 것은 똑같았다. 클로퍼는 잉크 얼룩 검사의 역사에서 거듭 되풀이되는 은유를 이용해 “검사는 어떤 행동의 단면을 드러낸다기보다, X선 사진이 그렇듯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기저의 구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벡 역시 유사하게 검사를 “영혼을 보여주는 형광투시경”, “사람을 샅샅이 꿰뚫어볼 잠재력이 있는 극도로 섬세하고 객관적인 도구”라고 묘사했다.<314쪽>
당시의 원리로 보면, 로르샤흐 검사는 한 가지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보는 것은 눈뿐 아니라 마음도 관여하는 행위이고, 시각겉질이나 두뇌의 다른 독립 영역뿐 아니라 한 사람의 모든 부분이 작동하는 행위라는 것이다.<533쪽>
『로르샤흐』
데이미언 설스 지음│김정아 옮김│갈마바람 펴냄│672쪽│2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