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헌법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여행에는 가이드가 있으니 여행 도중 떠오르는 가상의 질문에 가이드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책을 엮어 보았습니다.” (김영란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中)
양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여행 가이드가 됐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독일, 한국에서 헌법이 만들어지던 역사의 현장으로 떠나는 여행의 가이드다. 독자는 친절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서 절대권력이 무너지고 일반시민이 권력을 잡는 그 역동적인 순간으로 걸어 들어간다.
김 위원장이 영국과 프랑스, 미국, 독일을 고른 이유는 이 네 국가에서 만들어진 헌법이 대한민국 헌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 부제가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이듯, 책은 투쟁을 중심으로 쓰였다. 영국의 존 왕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대헌장을 승인하고, 프랑스의 바스티유 감옥이 무너지고, 미국의 식민지 대표들이 독립을 선언하는 등의 장면은 마치 영화나 연극이 펼쳐지듯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헌법의 역사적 기원은 무엇이고, 그 성격은 어떤지, 우리가 헌법을 만드는 데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투쟁의 역사와 헌법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 외에 김 위원장은 경의와 숙고에 대해 논한다. 각 나라에서 절대권력이 뒤집히고 시민의 권리를 위한 헌법이 만들어졌듯 모든 시민은 결코 오만해서는 안 되고 남의 조언을 듣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경의다. 숙고는 모두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의견조정 과정이다. 김영란 위원장의 가이드를 따라서 헌법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김영란 지음│풀빛 펴냄│256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