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사각 앵글’(oblique angle)이란 카메라를 수직이나 수평이 아닌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인 각도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인물은 바로 서 있는데, 배경만 기울어져 보이는 앵글이 바로 사각 앵글입니다.
사각 앵글의 가장 흔한 예는 음악 방송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댄스 가수들이 나오면, 카메라는 360도로 공회전하거나 각도를 좌우로 급격하게 기울여 가수를 포착합니다. 왜냐하면 사각 앵글에 의해 포착된 피사체는 그 무게중심이 사선 방향으로 쏠리게 돼 다른 앵글로 포착할 때에 비해 운동감과 속도감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각 앵글은 일반 사람의 시각과는 다르므로 감독이 특정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각도가 기울어지면서 관객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고 해당 장면을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사각 앵글은 인물의 불안정한 심리나 공포, 환상 등을 나타낼 때 유용하게 쓰입니다. 또한 술 취한 사람의 불균형을 암시하기 위해 시점 쇼트(point of view)와 함께 쓰이며 비행기 추락사고, 화재, 폭동, 조난, 지진 등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할 때 사용됩니다.
하지만 사각 앵글의 잦은 사용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인위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에 긴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영화 <원티드>(2008)의 한 장면입니다. 카메라는 암살 조직의 리더인 폭스(안젤리나 졸리)가 상대방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을 사각 앵글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총격이나 전쟁, 결투가 벌어지는 장면은 대체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각 앵글이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관객은 이를 통해 총격 상황의 혼란스러움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조범구 감독의 영화 <퀵>(2011)의 한 장면입니다. 우연히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맨이 주인공인 이 영화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백주대낮의 도심 한 복판을 질주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감독은 그 모습을 주로 사각 앵글로 포착하는데, 이에 따라 피사체의 운동감과 속도감이 증가하고, 동시에 인물이 처한 상황이 굉장히 급박하며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일어나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2010)에서도 사각 앵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 『영화의 이해』의 저자 루이스 자네티는 위 장면에 대해 “위험한 산업스파이의 세계를 다룬 이 영화에서는 꿈과 현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뒤얽혀 있으며, 이와 같은 (사각) 앵글로 적절히 포착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해당 장면에서 사용된 사각 앵글은 꿈과 현실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셉션>의 정서를 관통하는 앵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2013)의 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생사의 기로에 선 주인공이 가까스로 소형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려는 순간의 상황입니다. 이때 감독은 주인공이 처한 긴박한 상태를 사각 앵글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주인공이 느끼고 있는 긴장감, 초조, 불안정한 심리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감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각 앵글은 인물의 불안한 내면 심리나 그가 처한 상황의 비정상성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