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거지에게 동냥을 주어야 하는가?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가? 내가 보이지도 않는 듯이 지나가버리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어야 하는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도 정치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책에서 이타주의에 비하면 다소 소박한 목적을 가진 삶, 그렇지만 도덕적 평범함은 벗어난 인생을 논한다. 그리하여 이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된다. 어떻게 하면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5쪽>
우리 자신의 일들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의 존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한다고 해서 우리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배려를 해가며 그들을 대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즉 우리가 남들의 얼굴을 쳐다봄으로써 그들이 저마다 살아가야 할 삶이 있는 존재임이 드러나는데 그런 현상을 똑바로 인식하자는 것이다.<71~72쪽>
우리는 앞으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과 이 지구를 함께 나눠 쓰고 있고, 또 우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이 세상에 올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도덕의 원은 직접 만나는 사람들 너머로 확대된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는 남들과 유대관계를 맺게 되고, 가끔 우리의 일상적 활동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에 대해서도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 더 나아가 결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과 도덕적 관계를 맺는다.<155쪽>
인종차별이 일상적 관계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미국 같은 사회에서 상식적 예의는 이런 것이 돼야 한다. 즉, 다른 인종(젠더, 성적 지향 등)의 사람들도 동료 시민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추는 것이다. 나의 스승이었던 분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우리 모두는 기껏해야 회복 중인 차별주의자일 뿐이다. 그는 백인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그렇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인종적 관점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적 관점에서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들과의 상호작용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지혜를 간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공통적 공간의 습속인 인종차별주의로부터 날마다 회복할 수 있다.<239쪽>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토드 메이 지음│이종인 옮김│김영사 펴냄│300쪽│1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