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정확한 번역과 현대적인 해설로 만나는 『노자』
[책 속 명문장] 정확한 번역과 현대적인 해설로 만나는 『노자』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7.1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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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언어는 사물을 고정하고 규정하려는 성향이 있다. 즉 언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사물을 일정한 형태로 평면화하고 대상화한다. 그 결과 언어를 통과한 사물은 본래의 생기발랄함을 잃고 뻣뻣하게 굳은 고목이나 싸늘하게 식은 재처럼 돼버린다. 흐르는 냇물을 가둬두면 더 이상 냇물이 아니듯이, 도를 언어에 가둬두면 더 이상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42쪽>

자연 질서는 ‘흐름’으로 나타나는데 물의 움직임은 바로 흐름이다. 시냇물이 흐르듯이 시간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우리 인생도 흐른다. 흐름은 리듬을 탄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자연의 음악에 맞춰 우아한 춤을 춘다. 때로는 사나운 리듬에 따른 광폭한 춤도 추지만 대개는 부드러운 곡선의 리듬에 맞추는 유연한 춤이다. 그러한 유연한 자연의 흐름을 노자는 ‘무위’라 표현했다. 자연의 흐름은 무위이고, 무위의 이름들 대표하는 사물이 바로 물이다. 인간 사회에서 ‘선한 사람’은 바로 이러한 우주 자연의 흐름을 체득하고 실천하는 이다. 그러므로 “선하디선한 사람은 물과 같다”라고 말하는 것이다.<96쪽>

노자는 평소 참된 지도자 또는 이상적 인격에 대해 ‘성인’(聖人)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갑자기 ‘대장부’라는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대장부라는 말은 결의에 찬 과단성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가령 『맹자』에서 대장부는 천하의 넓은 거처에 머물고 천하의 바른 위치에 서서 천하의 큰 도를 실행하는 사람으로, 부귀나 빈천도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고 위엄이나 무력으로 굴복시킬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노자 또한 이 ‘대장부’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이하에서 제시하는 “두터움에 머물지 얄팍함에 머물지 않고, 알맹이에 머물지 껍데기에 머물지 않는”의 행위를 과감하게 실천하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보인다.<373쪽>

노자는 우선 세상 사람들을 세 종류로 분류하면서 그들이 도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언급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도를 들으면 부지런히 실천하고, 보통 사람은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하며, 어리석은 사람은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는다.”<399쪽>

『노자』
이석명 역주│민음사 펴냄│716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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