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베스트셀러를 날카롭게 '비평'하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리뷰] 베스트셀러를 날카롭게 '비평'하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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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베스트셀러는 순환 효과를 일으킨다. 많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베스트셀러란 타이틀이 더 많은 판매를 불러일으킨다. 많은 사람이 선택한 '괜찮은 책'이란 이미지로 인해 많은 사람이 베스트셀러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 현상에 답답함을 느낀 저자는 결심한다. "왜 사람들이 사보게 됐을까" "어떤 점에서 위안을 받았을까" 등의 의문을 안고 최근 수년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한 책들을 꼼꼼히 다시 읽어보기로. 그리고 스물여덟종의 책에 대한 솔직담백한 비평을 쏟아냈다. 

먼저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원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략) 무언가 배움이 있었다면 그 경험은 설령 실패했다 해도 가치가 있습니다"라는 부분을 두고 저자는 "좋은 이야기지만 뻔하다는 말을 사용하기 민망할 정도로 뻔한 이야기들이기도 하다"며 "'교훈'을 마음 깊이 와닿게 하려면, 복잡한 수학 공식을 증명하는 과정처럼 텍스트로서 일정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17년 출간 이후 일년만에 35만부를 판매한 『신경 끄기의 기술』을 두고 저자는 "자기계발을 하지 말라는 듯하지만 누구보다도 자기계발적"이라며 "저자 역시 자기계발 산업에 대해 끊임없이 부정적인 멘트를 던(지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그의 메시지 대부분이 본인이 비판하던 뻔한 자기계발 지침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비판만 하는 건 아니다. 『오베라는 남자』를 두고선 "성공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었다"며 "비록 캐릭터도 대단치 않고, 인물도 평면적이고, 플롯도 평이하고,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든 비유가 넘치는 와중에도 어쨌든 '아저씨'들의 마음속 욕구를 섬세히 어루만져 준 것이다. 말하자면 가부장제 안에서 외로운 가장을 구원해주는 이야기였던 것"이라고 평가한다. 여기서 아저씨들의 욕구란 "비록 말은 거칠지만 사실은 부드럽고 상냥한 나의 속마음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내가 아무리 까칠하고 무례하고 버릇없이 굴더라도 나를 보듬어주는 상냥하고 다정한 여성이 있었으면, 비록 젊어서는 사회성이 없고 사람을 싫어해서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나이 들어서는 가족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생겼으면"하는 등의 바람이다. 

저자는 잘 팔리는 책들의 요인도 공개하는데, 그 내용은 ▲책 자체의 유명세 ▲욕망 자극 ▲통속성 이상 세 가지다. '아마존 베스트셀러'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권위어린 타이틀을 이용하거나, 성공하고 돈 많이 벌고 똑똑해져서 행복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해 관심을 끌고, 그도 아니면 막장 드라마 뺨치는 자극적인 전개를 독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통속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사례를 들어 비판한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 책 읽기가 힘겨운 사람 모두 한번쯤 읽어봄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한승혜 지음 | 바틀비 펴냄│34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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