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가기 전, 미술책 한권 정도는 괜찮잖아?”
“미술관 가기 전, 미술책 한권 정도는 괜찮잖아?”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7.10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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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영화가 ‘움직이는 이미지’라면 회화는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이다. 움직이건 움직이지 않건, 두 예술이 관람자의 눈앞에서 생동(生動)하기는 매한가지다. 최근 서점가에는 다양한 주제로 무장한 회화 및 미술 관련 서적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책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이다. 이 책은 물리학과 미술을 접목해 독특한 미술 감상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흔히 과학은 이성과 논리, 예술은 감성과 상상이 지탱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술과 문학, 음악 등 예술은 사실 과학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특히 미술은 물리학 및 광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뮤즈가 인문학이었다면, 르네상스 시대 이후 예술가들의 뮤즈는 물리학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특수 카메라로 재조명한다. 그에 따르면, ‘모나리자’가 다른 초상화들에 비해 더욱 신비롭고 오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덧그림’에 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파스칼 코테가 2억4,000만 화소의 특수 카메라로 ‘모나리자’를 촬영했는데, 그림 밑바탕에 다른 얼굴이 두명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다빈치는 여러 번 스케치 및 밑그림을 그린 후에 현재의 모나리자 얼굴을 완성한 것이다. 저자는 “여러 번 덧입힌 얼굴 윤곽들이 겹쳐지면서 표정이 살아 있는 듯 풍부한 입체감이 느껴지는 걸 아닐까?”라고 질문하며 글을 끝맺는다.

책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는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의 태동까지 여성 거장들의 삶과 예술을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는 편견과 차별, 억압에 맞서온 스물한명의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생애를 지면 위에 펼쳐낸다. 특히 최초의 모더니즘 여성 화가로 불리는 파울라 모더존 베커에 관한 챕터가 흥미롭다. 저자는 그녀에 대해 “그림의 주제며 색채, 형태, 붓질 등 대담하고 새로운 실험들은 그녀가 20세기 초 모더니즘을 창조한 피카소와 마티스 같은 혁신적인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음을 증명해준다”고 말한다.

모더존 베커는 서양 미술사에서 최초의 누드 자화상을 그린 화가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모더존 베커의 누드는 기존 누드화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몸에서 벗어나 여성 자신이 어떻게 자신의 몸을 보는가를 그리려 했던 것”이라며 “모더존 베커 이후, 수잔 발라동과 프리다 칼로도 전통적인 여성 누드의 규범을 뒤엎는 방식으로 여성의 몸을 그렸다. 이들은 모두 남성의 성욕의 대상, 타자화되고 상품화된 몸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 자신의 관찰과 정체성을 그린 화가들이었다”고 평가한다.

책 『신화의 미술관 : 올림포스 신과 그 상징 편』은 그리스신화의 주요 캐릭터들과 일화들을 서양의 신화미술 작품들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특히 저자의 말처럼 미술관에서 대하게 되는 작품들이 무엇을 주제로 했고 어떤 시각으로 접근한 것인지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해볼 수 있는 책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책 『이해한 만큼 보이는 서양미술 상식사전』은 르네상스 이후부터 팝아트까지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총 스물두 점의 작품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특히 첫 번째 챕터에서는 기법이나 색채, 대상 등 회화 요소와 관련한 미술사조를, 두 번째 챕터에서는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정치, 경제, 사상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맥락을 짚고 있다. 또한 저자는 부록에서 ‘미술관이 즐거워지는 명화 감상 노하우’를 설명하는데, 미술 공부 입문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저자가 제안하는 ‘지식과 교양을 키우는 미술 감상법’으로는 ▲목적을 가지고 감상한다 ▲본 것을 그때그때 말로 표현한다 ▲관련 지식을 대략적으로 알아둔다 ▲서양의 윤리관과 세계관에 주목한다 등이 있다.

책 『방구석에서 읽는 수상한 미술 이야기』는 청소년 독자들이 미술작품을 통해 사회적‧인문학적 의미를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저자는 과거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사고 및 행동방식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그는 뭉크의 ‘절규’를 통해 최근 공황장애와 불안의 늪에 빠진 사회를 진단하고, 장 루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의 ‘카드게임’을 통해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꼬집는다.

초보자는 물론 전공자들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미술책들. “미술관 가기 전, 미술책 한권 정도는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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