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기생충·더 포스트·도가니’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기생충·더 포스트·도가니’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6.14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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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영화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특정한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당대의 사회적 화두를 이해하고, 그 순간을 살았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간접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합니다. 말하자면 영화에는 ‘그때 그 순간’에만 있었던 여러 가지의 일들이 영원히 박제된 채 있는 것이죠.

‘사회문제 영화’는 그러한 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영화 장르입니다. 책 『영화 장르의 이해』의 저자 정영권은 “모든 영화에는 많건 적건 사회적 측면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사회문제 영화는 바로 그런 사회적 측면을 쟁점화 시켜 특별히 부각시키고 강조하는 영화들”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사회문제 영화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편견,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 등을 드러내고,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등장한다”며 “그들은 온갖 방해공작과 탄압에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는 계란으로 바위를 뚫는다”고 설명합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스틸컷

저자의 말처럼 사회문제 영화는 “사회적 현실성(social reality)을 추구하는 장르”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호러와 블랙 코미디, 스릴러의 장르적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훌륭한 사회문제 영화이기도 합니다. 봉 감독은 ‘계급’이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반지하’라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주거 환경과 결합시켜 빈부의 문제를 뛰어나게 형상화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더 포스트> 스틸컷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더 포스트>(2017)는 1971년에 발생한 ‘펜타곤 페이퍼 유출 사건’을 소재로 한 사회문제 영화입니다. 펜타곤 페이퍼 유출 사건은 1945년부터 1967년까지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군사개입 명분으로 삼았던 ‘통킹만 사건’이 사실은 미국의 조작이었다는 내용을 담은 국가 기밀문서가 유출된 일을 말합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베트남전쟁의 이면과 미국 정부의 위선을 낱낱이 고발합니다. 영화는 그 과정을 실로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특히 미국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과 기자들의 눈부신 직업적 소명의식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합니다.

정지영 감독 [사진=네이버 영화]

정지영 감독은 사회문제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 <블랙머니>(2019) 등을 연출했는데, 위 영화들은 각각 판사 석궁 테러 사건, 민청련 사건, 론스타 게이트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정 감독은 해당 영화들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를 끊임없이 골몰했습니다.

사회문제 영화는 문학으로 치자면 ‘참여문학’(參與文學)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참여문학은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 서 있는 문학”을 말합니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에 의해 주창된 참여문학의 주인공들은 주로 우리 사회의 주변인인 가난한 노동자,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기존의 불합리한 사회의 주류 시스템에 저항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황동혁 감독, 영화 <도가니> 스틸컷

이러한 사회문제 영화들은 때때로 세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2011)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영화 개봉 이후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도가니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됩니다.

사회문제 영화가 성행한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스토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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