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더 좋은 것보다 맨 처음이 낫다.
[조환묵의 3분 지식] 더 좋은 것보다 맨 처음이 낫다.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0.06.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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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자의 법칙과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K-드라이브스루, K-워크스루, K-진단키트, K-방역…’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가 돼 세계 각국의 칭송을 받고 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의 뼈아픈 경험을 발판 삼아 유비무환의 대비 태세를 갖췄기 때문에 이뤄낸 국민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하자마자 정부와 업계가 손을 잡고 신속히 진단키트를 개발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 K-진단키트의 수출액은 벌써 2억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그 외에 의료용 방진복, 손소독제, 라텍스 장갑 등도 수출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금 전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의 수백만명을 병들게 하고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각국의 제약회사들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적어도 몇 년씩 걸리는 신약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임상 실험에 돌입했다는 깜짝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식시장이 즉각 반응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Moderna)가 코로나 백신 후보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서 항체가 형성되는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모더나의 주가가 급등하고 장밋빛 미래의 유망 바이오 기업으로 조명을 받았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제약기업들이 동시에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마케팅의 목표가 잠재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각인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로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을 만드는 일이다. 기존 시장에 더 좋은 제품으로 알리는 것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최초의 상품으로 자리잡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이를 ‘선도자의 법칙’이라고 한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Al Ries)와 잭 트라우트(Jack Trout)는 그들의 유명한 책 『마케팅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에서 22개의 마케팅 법칙 중 첫 번째로 ‘선도자의 법칙(The Law of Leadership)’을 강조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영국의 힐러리 경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그것은 대답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초의 브랜드가 마치 일반명사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원래 상품명인 호치키스(Hotchkiss)와 스카치테이프(Scotch Tape)는 스테이플러(Stapler)와 셀로판테이프(Cellophane Tape)보다 더 많이 쓰이는 말이다. 문자를 서로 주고받을 때 ‘카카오톡(Kakao Talk)’을 ‘카톡’으로 얘기하고, ‘톡’으로 더 줄여 말하기도 한다. 최초는 그만큼 절대적이고 강력하다. 

그러면 모든 기업이 선도자의 법칙에 따라 최초의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채택해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과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의 병행자(Parallel Mover)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맹목적으로 퍼스트 무버 전략을 취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사례를 연구해보면 퍼스트 무버가 최종 승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애플 아이팟(iPOD)의 원형은 한국의 벤처기업 디지털캐스트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MP3플레이어였고, 스카이프(Skype)라는 인터넷 전화도 한국의 새롬이 개발한 다이얼패드가 그 시초였다. 소셜 네트워크(SNS)의 원조 역시 한국의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이 먼저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을 창출하지 못했고 기술표준을 확립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미래차 전략으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를 병행해서 투자하고 있다. 향후 어떤 방향이든 재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K-방역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선도자의 법칙을 증명한 것처럼 K-백신도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차지하기 바란다. 하지만 꼭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아니어도 좋다. 퍼스트 팔로워(First Follower)나 패스트 세컨드(Fast second, 재빠른 2등)가 되어도 괜찮다. 하루빨리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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