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인문잡지 <한편> 2호의 주제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이다. 인플루언서는 ‘영향을 주다’라는 뜻의 단어 ‘influence’에서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붙인 단어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수십만명의 팔로워(구독자)를 보유한 ‘유명인’을 말한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정치인과 연예인 못지않게 대중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 이번 호에 참여한 필자들은 인플루언서가 가진 영향력과 그 전후맥락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데, 언론학·수사학·교육학·역사학·여성학·인류학까지 인문사회과학의 열편의 글을 경유해 인플루언서의 개념 지도를 그린다.
이유진 <한겨례> 기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라는 글을 통해 뉴스 생산자로 부상한 인플루언서를 추적한다. 필자는 ‘기레기’라는 멸칭도, ‘관종’이라는 적대도 벗어나 기성 언론과 인플루언서 양자의 상호 작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저널리스트는 인플루언서와 친분을 쌓아 구독자가 많은 1인 미디어에 출연하고, 인플루언서는 매체의 인정을 받아 더욱 영향력을 넓힌다”며 “저널리스트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다시 저널리스트가 되는 상호 방향성 속에 놓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윤아랑 영화평론가는 글 「네임드 유저의 수기」를 통해 영화 플랫폼의 인플루언서였던 시절과 등단을 통해 공식 영화평론가 타이틀을 획득한 지금의 상황을 토대로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 그의 결론은 간명하다. 인플루언서와 작가 모두 ‘영향력’을 원한다는 것. 그는 인플루언서이든 작가(평론가)이든 SNS를 이용하지 않는 자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예로 드는데, “작가이면서 인플루언서이기. 그 목적이 자기 표현이든 자기 PR이든 상관없이, 작금의 작가란 이 역설을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한편>은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기특하고 명랑한 잡지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글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한편>은 독자들에게 함께 읽을 문헌을 메일링 서비스로 정기 발송하며, 읽는 재미와 대화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공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한편>은 연간 3회, 1월·5월·9월 발간되며 ‘세대’, ‘인플루언서’에 이어 3호 ‘환상’, 4호 ‘동물’을 주제로 계속된다.
『한편 2호 : 인플루언서』
이유진 외 지음│민음사 펴냄│216쪽│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