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꿈이 돼버린 평범한 삶
코로나19, 꿈이 돼버린 평범한 삶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1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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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에서 구직자들이 수급자격 인정서 및 구직신청서 작성법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내 꿈, 대학가기, 취직하기,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것, 내 꿈은 9,000만원.” 넷플릭스에서 최근 시청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인간수업>의 대사다.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고자 하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그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결국에는 악수(惡手)를 두게 만든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 그런데 드라마에서만이 아니다. 결코 꿈이 돼서는 안 될 그런 삶이 꿈이 돼버린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매섭다. 먼저,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1조원대에 육박했다. 사상 최대라던 지난 3월이 무색하게, 지난 3월보다 950억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65만1,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달 통계보다 4만명 이상 늘었다. 지난달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2만9,000명이었는데, 주로 청년과 50대 이상에서 증가했다. 올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연말까지 총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 바깥의 사정은 상상조차 어렵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이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이 통계에서 빠져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만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 중 50%에 이르는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인데도 고용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  

기업에서 사람을 내보내는 마당에 당연히 취업은 이루기 힘든 꿈이다. 4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만3,000명(1.2%) 증가했는데, 이는 1998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폭의 증가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증가조차도 40대 이상에서만 26만7,000명이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세 이하에서는 4만7,000명, 30대 이하에서는 5만7,000명이 감소했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과 제조업에서 크게 줄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지독한 현실이 취약계층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병 대유행이 끝나면 소득불평등이 더욱 커진다. 연구진이 160여개국을 대상으로 2000년 이후 대유행했던 사스와 신종플루,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사례를 조사한 결과, 대유행 5년 후 평균적으로 1.5% 정도 불평등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 않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더 큰 타격을 받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일자리는 5년 동안 약 5%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평범한 삶이 꿈이 돼버린 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실질적인 도움 외에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책 한권이 눈에 띈다. 마야마 도모유키의 『안타까운 명언집』. 이 책에 따르면, 새로운 과학 기술로 인류 발전에 기여한 발명가나 과학자,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작품을 남긴 화가나 작가 등 ‘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사실 엄청난 불안과 절망 속에서 살았다. 

가령 음악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고귀한 이미지이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도박중독자였다. 그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에게 돈을 빌려주는 친구가 없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화려했을 것만 같은 그의 삶은 사실 빚더미에 쌓여 고통받았다. 

이 같은 사례는 적지 않다. “내 생에 봄날엔 한 번도 꽃이 핀 적이 없었어요.” 사실주의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노레 드 발자크는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클래식 명곡을 탄생시킨 프란츠 슈베르트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다시 눈을 뜨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한탄했다. 위인전집에 늘 끼어 있는 간호사 나이팅게일은 “난 31살이 될 때까지 죽음보다 더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라고 말했고, 인상파의 아버지 마네는 “20년간의 실패를 만회하기엔 시간적으로 너무 늦었어”라고 우울해했다. 그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될 리 없겠지만, 현실이 당신을 밑바닥으로 끌어당겼더라도, 그것은 결코 당신의 삶이 빛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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