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부당 꼬집기] 계속 삐뚤어지는 남양유업... ‘갑질’에 ‘비방’ 이미지까지
[불편부당 꼬집기] 계속 삐뚤어지는 남양유업... ‘갑질’에 ‘비방’ 이미지까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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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들여다보면 ‘불편’하고 ‘부당’한 일이 적지 않습니다. 손톱 밑 가시처럼 작은 불편을 초래하는 일부터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처럼 부당하게 느껴지는 일까지 다채로운 사안이 생활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다’라는 기치를 내건 <독서신문>은 2020년 창사 50주년을 맞아 ‘책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작든, 크든 불편하고 부당하게 여겨지는 사안을 ‘불편부당’(不偏不黨/치우침 없이 공정하게)하게 꼬집으려 합니다. <편집자 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기업을 향한 대중의 기대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단순히 기업으로부터 필요한 상품을 공급받는 데 만족하지 않고, 상품이 제작되는 과정과 소비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길 희망한다. 그 영향의 정도에 따라 기업은 (좋거나 나쁜) ‘이미지’를 얻게 되고, 이는 소비자에게 주요한 구매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남양유업을 꼽을 수 있다. 남양유업에 갑질 이미지가 씌워진 건 지금으로부터 7년 전(2013년). 당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밀어내기’(판매량 강제 할당)를 강요하며 폭언을 퍼부은 일화가 알려지면서 남양유업은 ‘갑질 기업’ 이미지를 얻게 됐고, 그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당시 남양유업은 대형마트 매출이 10~20% 감소하는 큰 타격을 입었다. 거기에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신하면 사퇴를 권고하는 등 남양유업 내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은 더욱 크게 번졌다.

이후에도 남양유업의 갑질 이미지는 쉽사리 벗겨지지 않았다. 밀어내기 갑질 사건 이듬해인 2014년, 불매운동에 따른 대리점 매출 하락으로 인해 농협에 납품하는 대리점의 위탁수수료를 소폭 인상했으나, 불매운동이 시들해진 2016년 대리점 수수료를 15%에서 13%로 일방적으로 낮춰 대리점의 큰 반발을 낳았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남양유업 측이 위탁 납품 거래 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5%를 대리점과 공유하는 방안으로 일단락됐으나 일련의 상황은 남양유업의 갑질 이미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갑질 이미지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에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2)씨가 마약을 상습 투약한 사실이 알려져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기업 오너 일가의 도덕성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 이미지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으면 다행이었겠지만, 남양유업이 선택한 건 경쟁업체 이미지 깎아내리기였다. 최근 남양유업은 경쟁업체의 제품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는데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글을 대량 유포하면서 경쟁업체 신고로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남양유업 측은 사과문을 통해 “실무자의 자의적 판단”이라며 경영진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미 2009년, 2013년에 경쟁사를 비방(경쟁업체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온 것처럼 광고)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어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는 매출 하락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637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175억원으로 떨어졌고, 2014년에는 2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41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지속돼 지난해에는 4억1,735만원까지 떨어지면서 7년 새 매출 24%, 영업이익 99.4% 하락을 기록했다.

반면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선한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다. 연간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20년째 아픈 어린이들을 위한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좋은 목적에 사용해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부터는 ‘어르신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독거노인 집에 우유를 배달할 때 앞서 배달한 우유가 주머니에 남아 있으면 관공서에 통보) 캠페인에도 동참해 노인 고독사 예방에 힘쓰고 있다. 이 외에도 투자 비용이 많이 듦에도 불구하고 ‘유당불내증’(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증세)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개발하고, 우유가 남아돌아 어려움을 겪는 낙농가를 돕기 위해 치즈 사업이나 유기농 우유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것도 긍정적 여론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우유에 빨대가 붙어나오는 제품과 관련해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고객에게 김진기 매일유업 고객최고책임자(CCO)가 직접 손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김 CCO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용하기 편리한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며 “다만 제품의 안전성을 저하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포장재의 구조를 변경해야 하기에 제품에 빠른 적용이 어려운 상황임을 너그러이 양해해 달라”고 적었는데, 문제를 제기한 고객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에 변화를 요청하고 답을 받고 변화를 기다릴 수 있어 기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지난달 중순에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를 직접 찾아가 “어려운 대리점과 농가 등을 지원하는 상생 노력에 감사한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바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책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이 천성으로 인해 인간은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즐거움 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협력 업체와의 상생 방안을 고민하면서 그 안에서 사회적 가치를 찾는 노력이 낳은 행복. 그 행복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로 치환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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