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교수는 왜 ‘일본군 위안부=매춘부’라고 생각할까
류석춘 교수는 왜 ‘일본군 위안부=매춘부’라고 생각할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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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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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취지의 발언과 관련해 연세대 교원징계위원회에서 내려진 결정인데, 사안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반면 오는 8월 명예퇴직을 앞둔 류 교수는 “학문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며 한 달간 강단에 서지 못하고 월급도 받을 수 없는 징계에 불복 입장을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9월 19일.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 수업인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류 교수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저서 『반일 종족주의』 내용이 옳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당시 류 교수는 “(위안부 피해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며 당시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했다. 일부 학생이 이의를 제기하자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말해 성희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류 교수는 “(위안부를 해보라는 게 아니라) 궁금하면 한번 (조사) 해볼래요”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위안부를 매춘부로 간주한 류 교수의 시각은 앞서 그가 두둔했던 이영훈 교수의 저서 『반일 종족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위안소 운영은 일본군부가 아닌 민간업자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며, 위안소에서 일한 위안부는 대가를 받고 일한 성매매 여성이라는 주장. 과연 이러한 주장은 류 교수의 주장처럼 “위안부에 대한 (사실에 기반한) 새로운 해석”일까?

센다 가코의 책 『위안부』에 따르면 위안부는 일본군부 차원에서 이뤄졌다. 책에 언급된 하라 젠시로 전 관동군 병참 참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그가 직접 조선총독부에 일본군 위안부 모집을 요청했고, 조선총독부에서는 도-군-면으로 명령을 내려 조선 여성 약 8,000명을 모아 만주로 보냈다.

하지만 이런 증언에도 류석춘, 이영훈 교수 등은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동원된 여성’이라는 주장을 고수한다. 일본군 위안부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 인근 기지촌 여성들과 비슷한 개념이라는 주장인데,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저서 『반일 종족주의』에서 “1940년 가을, 나이 16세의 문옥주는 만주 동안성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갔습니다. 헌병에 잡혀갔다고 했지만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어머니나 오빠의 승낙하에 주선업자에 끌려간 것을 그렇게 둘러댔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옥주는 책 『문옥주-버마 전선 방패사단의 ‘위안부’였던 나』에서 “16살의 가을, 하루코라는 일본식 이름을 쓰는 조선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일본인 헌병과 조선인 헌병 그리고 조선인 형사가 이유도 없이 헌병대기소로 연행해 심문했다”며 “2박 3일 정도가 지난 후 도착한 곳은 북부 만주의 동안성이었다. (중략) 매일 20~30명의 정도의 일본인 병사를 상대해야 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봉급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위안업은 어디까지나 위안부 개인의 영업”이었다고 주장한다.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성매매라는 건데,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미군 포로 심문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 여성들이 원래 업자들과 계약한 내용은 준간호사라든가, 식당 여급, 해군병원의 잡역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었을 뿐 ‘위안부’로 성매매를 한다고 계약한 여성은 한명도 없었다. 조선 여성들인 ‘위안부’ 같은 추업을 하겠다고 업자들과 교환한 계약서는 하나도 없고, 그런 계약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류 교수가 동의를 표한 이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의 일본군 위안부 내용을 요약하면 “채무 노예로 (위안부에) 침전한 여인들이 없지 않았지만 침소봉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포주와 ‘위안부’의 관계는 업주와 창기의 관계와 전혀 다르다. 포주 위에는 일본군이 있었고, 군의 명령에는 포주와 ‘위안부’가 절대복종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위안부)는 최전선의 격전지에서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때로는 100명 가까운 병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인간 이하의 성노예 상태였다. 게다가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도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수만명으로 추산되는 일본군 위안부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 현재 남은 생존자는 열여덟명. 사실을 규합해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류석춘, 이영훈 교수 등은 생존자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정치적 의도 없이 정말 순수하게 ‘역사의 진실’이 궁금한 걸까?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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