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서점 매출 희비 갈려... 사라지는 지역 서점들
코로나19에 서점 매출 희비 갈려... 사라지는 지역 서점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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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서점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외출이 제한되면서 집에서 읽을 책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주문이 온라인 서점에 집중되면서 지역 서점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사람들의 책 구매가 이어지면서 온라인 서점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휴교로 집에 있는 아이들이 늘면서 아동/교육서 판매가 크게 늘었는데,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3월 아동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0% 성장세를 기록했다. 흥미 위주의 소설 판매도 급증해, 소설류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5% 늘어났다. 이런 상황은 다른 온라인 서점도 마찬가지. 지난 2~3월 ‘교보문고’(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고, 영풍문고는 약 10%, 알라딘은 15% 증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4월 20일까지 청소년 서적 매출은 82%, 교육서 매출은 36% 증가했다.

다만 이런 수혜는 지역 서점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온라인 서점의 장점인 (무료) 배송이 ‘언택트’ 주문을 가능케 하면서 온라인 서점과 지역 서점 간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졌다.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서점을 택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과 관련해 대구의 한일서적 박상욱 대표는 책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에서 “자기계발서나 취미 서적, 수필, 여행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서점 매출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서점도 몇 시간이라도 단축 근무를 시행하게 됐고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는 직원도 생겼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내놓은 대책도 서점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달 전자책 40만권과 종이책 5,000권을 구매해 시중에 무료로 배포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출판사에 도움이 됐을 뿐, 시중 서점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점가에서는 “차라리 도서 구매 쿠폰을 지급해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게 하는 편이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물론 서점을 위한 지원책이 전무했던 건 아니다. 경기도는 도내 300개 인증서점을 대상으로 36만원 이내로 택배 배송비를 지원하고, 고양시는 관내 도서관에 납품할 도서를 정가(기존 10% 할인율 미적용)대로 구매해 27곳의 지역 서점에 각 350만원의 추가 이익을 안기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역 서점 120곳에 100만원 안팎의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회성 대책일 뿐 장기화되는 서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지역 서점의 어려운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십수 년 전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밀려 매출 하락을 겪은 이후 이렇다 할 타개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개정돼 공공/학교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 도서를 납품할 수 있게 됐지만 서점업 등록만 해놓고 다른 사업을 병행(전업 서점에 향해야 할 지원이 분산됨)하는 이른바 ‘유령서점’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일부 지방자치단체(11곳) 위주로 제대로 된 (책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서점을 ‘인증’하는 노력도 있었지만, 공공기관이 인증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것을 ‘권고’하는 상태인지라, 여전히 많은 서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공공도서관은 지역 서점에 도서 큐레이션을 요청한 후 책을 구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방의 한 서점 관계자는 “학교 도서관 사서가 학생들이 보기 좋은 도서 목록을 요청하길래 작성해서 넘겼더니 그걸 가지고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더라. 큐레이션도 나름 품이 들어가는 일인데 가볍게 여기는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지역 서점 수는 점차 줄어가는 추세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표한 「지역 서점 현황조사 및 진흥정책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지역 서점(규모 660㎡ 미만으로 매장 내 구성 상품 절반 이상이 책이고 서적 판매에서 나오는 매출액이 전체의 50% 이상인 오프라인 서점)은 1,968곳으로 2003년 3,589곳, 2015년 2,116곳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수년 전, 새롭게 등장한 기타서점(도서 외 커피, 주류, 굿즈 등을 함께 판매)은 2015년 49곳에서 2019년 344곳으로 증가했는데, 이 역시 책만 팔아서 서점을 운영하기 어려운 탓에 변형된 형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 226개 지자체 중 서점이 아예 없는 지자체가 다섯 곳(옹진, 신안, 경북 영양, 울릉, 보령), 서점이 한 곳뿐인 지자체가 44곳이다. 냉엄한 자본주의 경제적 잣대만을 들이댈 경우 어쩌면 수십 년 내에 지역 서점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는 상황.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측은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에 지역 서점·지역 출판 포함을 의무화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직무에 ‘지역 출판과 지역 서점의 육성·지원’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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