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성공의 가늠자… 국회의원의 신중한 ‘말’과 ‘행동’
제21대 국회 성공의 가늠자… 국회의원의 신중한 ‘말’과 ‘행동’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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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지역구 당선인 253명과 비례대표 당선인 47명 등 총 300명의 국회의원이 향후 4년간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로 일하게 됐다. 2012년,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됐지만, 지난 20대 국회는 이른바 ‘패스트 트랙(Fast Track) 폭행 사태’ 등 과거 ‘동물 국회’의 모습을 또다시 재현하며 국민들의 큰 지탄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21대 국회는 범여권에 해당하는 정당들이 총 180석이 넘는 의석수를 확보하며 ‘3당 합당’(1990년 1월 22일 대한민국의 여당인 민주정의당,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한 일)이후 30년 만에 거대 여당으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됐다. 단독으로 개헌안을 의결하는 것 빼고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커진 권력만큼 그에 준하는 책임 역시 뒤따르는 법. 그 어느 때보다 야당과의 상생(相生)과 협치(協治)가 중요한 시점이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이에 따라 입법은 물론 행정과 사법 업무 처리에 관한 높은 능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각계각층의 민심(民心)을 두루 살펴야 하는 직업인만큼 높은 도덕성과 인권감수성을 요구받는다. 이는 결국 어렵고 모호한 정치 언어의 순화 및 국민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언행’의 신중함을 말하기도 한다. 지난 20대 국회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및 성 소수자 혐오 발언’ ‘5·18 망언’ ‘세월호 막말’ 등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많았다.

책 『정치가의 언격』의 저자 후쑹타오는 “언어는 도구이자 무기다. 사상은 언어라는 저장 장치를 필요로 한다. 비록 사상을 담은 어휘는 항상 사상에 의해 가려지기는 하지만, 사상은 언어에 의거해야만 바로 설 수 있으며, 민중을 향해 나아가고 인도하며 진보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자는 마오쩌둥의 ‘언어 능력’을 예로 들며 정치인의 언어 감각과 문예적 재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마오쩌둥은 심오한 정치 언어,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사회·정치·경제 용어, 관료 사회의 전문술어를 중국 고대, 민족, 민간의 언어와 결합했다. 심오한 뜻은 쉽게 설명하고 미묘한 뜻은 비유를 들어 표현함으로써 ‘허공을 가로질러 딱딱하고 낯선 말을 엮어’ 새로운 단어를 빚어냈다”며 “그것은 바로 세계를 울리는 단어, 사람을 끌어올리는 단어, 사상을 맑게 씻어주는 단어, 사람의 마음을 바로 알려주는 단어, 인생을 놀이로 여길 줄 아는 사람의 단어”라며 극찬했다.

이처럼 정치인은 ‘쉽고 정확한 언어’를 통해 대중과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쉬운 언어로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책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은 “존 F. 케네디의 조언자이자 대통령학(學)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태트는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힘에 있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에서 리더의 힘은 설득력에서 나온다고 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설득력이란 무엇인가? 바로 말과 글이다. 글 한 줄에 리더가 가진 정보와 생각과 지향을 다 함축해낼 수 있다. 또 진심이 담긴 리더의 말 한마디가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조직이나 국가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리더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정경유착의 시대도 막을 내렸고, 권력기관도 국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의 권력과 돈으로 통치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말과 글, 그리고 도덕적 권위뿐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曰, 책 『대통령의 글쓰기』 中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항상 국민들을 상대로 한 ‘연설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저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늘 참모들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민주주의는 말이고 글이다. 말과 글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민주주의 시대 리더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기 글을 자기가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메난드로스는 “사람의 인격은 먼저 말에서부터, 다음에는 행실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결국 말과 행동이다. 제21대 국회가 ‘국민을 위한 국회’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신중한 언행이 중요하다. 이번 국회에서는 막말과 고성이 없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뤄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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