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미성년자 ‘부따’ 강훈의 얼굴 공개가 필요했던 이유
‘n번방’ 미성년자 ‘부따’ 강훈의 얼굴 공개가 필요했던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17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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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일명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4)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훈(18)의 신상이 공개됐다. 미성년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2010년 4월 15일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강군은 올해 만 18세로 미성년자 신분이다. 이에 강군 측 변호사는 “미성년자인 피의자 신상 정보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고, 공정한 재판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냐”며 신상 공개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다만 법원은 “강군의 행위는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라며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군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군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해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생일이 지나면 올해 만 19세가 되는 강군에 대해 ‘만 19세가 되는 해 1월 1일이 지난 사람은 (신상 공개 금지 사안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신상 공개를 결정했고, 그렇게 강군은 17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강군의 신상 공개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찬반 의견이 맞섰다. n번방 사건의 여파가 컸던 만큼 강군의 신상 공개를 당연시하면서 “(양육의 책임을 물어) 그 부모의 신상까지 공개하라”는 식의 댓글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지만,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성년 신상 정보를 국가기관이 ‘형벌’마냥 공개 결정하는 건 위헌행위”라는 취지의 주장도 적지 않았다. 범죄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우선한다는 주장과 처벌은 교화를 전제로 하는데 섣불리 신원을 공개할 경우 평생의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붙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군은 정식 재판에 앞서 신상공개 형벌을 먼저 받게 됐다. n번방 피해자들을 협박할 때 사용했던 ‘신상 공개’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게 된 것. 17일 오전 서울종로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강군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으나 여론은 싸늘했다.

이번 신상 공개 조치는 징벌적 성격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그간 디지털 성범죄 등에 대한 법원 선고가 관용적이었고 처벌 수위가 낮았다”는 점이 참작돼 죄에 상응한 처벌을 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신상을 공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간의 성범죄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은 수준인데, 여성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1~2016년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서울 지역 법원)에 회부된 가해자의 70%가 벌금형을 받았다. 불법 촬영물을 광범위하게 유포한 경우에도 대다수가 실형 1~2년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성범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죄에 걸맞은 처벌이 이뤄져야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인데, 실제로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성범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미성년자 성범죄의 경우 화학적 거세와 사형까지 가능하고, 싱가포르에서는 강제추행만 이뤄져도 ‘태형’(물리적 통증을 가하는 형벌)을 포함한 징역형에 처한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동) 성범죄를 사형에 버금가는 중범죄로 다룬다. 아동성범죄로 두 번 이상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조건 유기징역에 처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n번방 가해자들이 받게 될 형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협박으로 추행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 제298조에 의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성 착취 영상물을 불법 촬영하거나 유포했을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특례법) 제14조 제1항~제2항에 의거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불법 영상물로 금전적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는 특례법 제14조 제3항에 의거해 7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하다. 이번 n번방의 경우 미성년자의 성착취도 문제가 됐는데, 이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에 의거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유포했을 경우에는 같은 법률 제3항에 의거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경우 직접 촬영하거나 유포하지 않고 소지만 해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로 처벌된 건은 25%(2014~2015년 법무부 자료)에 불과했다.

법에 따른 형벌은 잘못에 대한 처벌이기도 하지만, 죄를 능가하는 처벌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강군이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형벌 수위는 최대 징역 7년.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로 경찰은 신상 공개를 결정했고, 실제로 강군에게는 형사처벌보다 신상 공개가 사회적 사형 선고로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얼마 전 n번방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자수한 후 목숨을 끊은 20대 남성은 죄질에 비해 무거운 대가를 치렀다. 일부 대중은 그의 죽음에 “기쁘다”고 반응했다. 독일 심리상담가 배르벨 바르테츠키는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은 ‘내가 받은 (고통)만큼 돌려주겠다’고 생각하며 가해자 사이에서 ‘(고통의) 균형’을 이루려 하지만 내가 아픈 만큼 똑같이 아프게 하는 복수는 없다”며 “내가 한 대를 맞았으니 너도 한 대 맞고 화해하자”가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네가 더 덩치가 크니까 넌 두 대를 맞아야 한다”는 주관적인 셈법이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죄에 알맞은 처벌 수위 마련과 실제적인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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