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민독서실태조사]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 독서율 향상에 도움 됐을까?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 독서율 향상에 도움 됐을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0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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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글자가 의미를 이루면 글이 되고, 의미 있는 글이 모여 맥락을 이루면 책이 된다. 이때 시대를 초월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품은 책을 명저라고 하는데, 여기엔 지혜로 발현될 수 있는 지식이 집약돼 있어 시대를 막론하고 그 수요는 늘 존재해 왔다. 다만 근 수십여 년간 그 수요가 줄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독서율 저하에 대한 타개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책의 형태와 독서 방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독서율 증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했던 김해솔(27/여)씨.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잠시 책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벌써 10여 년 가까이 책을 멀리하는 생활을 해왔다. 그런 그가 다시 독서 생활을 하게 된 건 전자책을 접하면서다. 지난해 회사가 이전해 통근 시간이 40분으로 늘어나면서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전자책을 통해 다시 다독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는 “종이책은 가지고 다니기 무겁고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꺼내기가 쉽지 않지만, 핸드폰으로 읽는 전자책은 상대적으로 이용이 수월해 편하다”며 “한 달에 1만원 가량을 지불하는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김민규(34/남)씨는 최근 오디오북을 통해 새로운 독서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처럼 누군가 읽어주는 독서로 책과 거리감을 좁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게 이해가 빠르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 느낌”이라며 “읽을 의욕이 떨어지는 책도 누군가가 이야기해주면 읽을 맛이 난다. 자투리 시간에 들으면 시간도 아깝지 않고 성취감도 있어 나름 만족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현재 오디오북 시장에서는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윌라’, 저자나 명사가 읽어주는 밀리의 서재의 ‘오디오 북’, 네이버의 ‘오디오 클립’ 등이 주목받고 있다.

그간 종이책 독서율이 2017년, 2015년보다 5.4%포인트(성인 59.9%), 2019년, 2017년보다 6.9%(52.1%)포인트 하락하는 사이 전자책 독서율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뤄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2017년 전자책 독서율은 14.1%(1년에 일반도서 한권 이상 읽은 비율)로 2015년보다 3.9%포인트 증가했고, 2019년에는 16.5%로 2.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새로운 매체에 빠르게 반응하는 20~30대의 전자책 독서율이 3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17년 전자책 독서율 증가에 관해 문체부는 “포털 사이트의 무료 서비스 등을 통한 웹소설의 대중적 확산”을 이유로 들었는데, 2019년 조사의 전자책 독서율 증가와 관련해선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2017~2018년 사이에 등장한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의 등장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 ‘밀리의 서재’를 시작으로 이듬해 리디의 ‘리디 셀렉트’, 예스24의 ‘북클럽’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책임연구자로 참여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첫 조사된 수치로 독서율 3.5%) 독서율 증가에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가 미친 영향까지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구독 서비스가 확산하는 만큼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보다 자세히 조사할 필요를 느끼고 있으며, 이후 별도의 조사로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전자책 독서율 증가율(2015년보다 3.9%포인트 상승)이 2019년(2017년보다 2.4%포인트 상승)보다 높은 것과 관련해서 “매년 편차가 있어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전자책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전자책 독서율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리디셀렉트]
[사진=리디셀렉트]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 업체들도 조사 결과에 고무적인 반응이다. 리디셀렉트 관계자는 “(리디셀렉트는 서점 등에) 찾아가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한 달 무료 이용 후) 유료전환율도 낮지 않은 편”이라며 “최근 새롭게 선보인 ‘아티클’(명사나 국내외 언론사의 기획연재물 게재)이 잘 자리 잡으면 증가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밀리의 서재]
[사진=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 관계자 역시 “밀리의 서재 외 여타(리디셀렉트, 북클럽 등)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독서 인구가 늘어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는 긍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의 유료전환율이 높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 수치상으로 상당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챗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만큼 이런 노력이 책과 친해지는 사람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퀴즈쇼』에서 주인공 청년 민수는 거처를 고시원으로 옮기면서 가지고 있던 책을 모두 팔아 버린다. 1평 남짓한 고시원에 책 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는 “사실 어른들은 우리 세대가 책도 안 읽고 무능하며 컴퓨터 게임만 한다는 식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건 완전 착각”이라고 일갈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독서율 비중은 19~29세가 종이책 70.4%, 전자책 39%, 오디오북 6.5%로 가장 높았다. 월정액 도서 대여 서비스가 물질/시간적으로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독서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2021년 조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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