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흐름을 탄 책과 흐름을 깨부순 책
[니가 사는 그책] 흐름을 탄 책과 흐름을 깨부순 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2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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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최근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유독 눈에 띄는 책 두권이 있다. 억만장자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2013)과 인기 유튜버 김미경의 신간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이다. 

먼저, 『부의 추월차선』의 인기는 경제·경영 분야 서적 중에서 독보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민 경제가 어려워진 요즘 서점가에는 ‘부자되기 열풍’이 불고 ‘부자’를 키워드로 한 책이 유행이나 『부의 추월차선』 만큼 큰 인기를 누리는 책은 없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존리) 『부의 인문학』(브라운스톤) 『부의 확장』(천영록) 등 ‘부자’를 키워드로 한 비슷비슷한 1,000여종의 도서를 제치고 이 책이 유독 인기 인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에세이들이 표방하는 주제(‘타인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인생의 주도권을 잡아라’)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제·경영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 ‘자존감 강화’ 에세이에 가깝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가장 비중을 둔 장의 제목은 “지금 당신 인생의 운전대를 잡아라”인데, 자신의 인생에서 주도권을 잡고 ‘인도’(人道)나 ‘서행차선’이 아닌 ‘부의 추월차선’으로 진입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역풍’이라고 명명하며, 이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동시에 사회가 ‘부의 길’이라며 오도(誤導)했던 곳에서 벗어나라고 명령한다.

이는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글배우, 지난해 9월 출간),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정주영, 2018년 10월 출간), 『지금 이대로 좋다』(법륜 스님, 지난해 10월 출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2016년 11월 출간) 등 요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서가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책들의 주제와 상통한다. 이 책들 역시 남들과 비교하면 불행해지고, 비교하지 않으면 삶이 발전하니 온갖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출간되자마자 대형서점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오른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는 그 제작 방식이 굉장히 독특해서 눈에 띈다. 이 책은 저자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자존감 전문 강사이자 98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김미경이 그의 수많은 유튜브 영상 시청자들과 함께 쓴 에세이이다. ‘함께 쓴’ 에세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저자가 자신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피드백 삼아 영상에 담긴 메시지를 책으로 다듬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것이 저자 혼자만의 1인 작업물이 아니라, 저자와 수많은 독자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조금 성급한 판단일 수 있겠으나, 영상의 시대에 출판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지금까지 유튜브 콘텐츠와 책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비슷하다면 대체관계(하나의 수요가 늘어나면 다른 것의 수요는 줄어드는 관계)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보완관계(하나의 수요가 늘어나면 다른 것의 수요 역시 늘어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이 책 곳곳에는 김미경이 선정한 영상 시청자들의 사연이 그들의 아이디와 함께 담겨 있고, 독자는 매 장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김미경TV의 관련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과 책이 비로소 단단하게 연결된 첫 번째 사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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