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김장겸은 물러나라!" 2017년 여름 MBC 사옥 내 복도에서 이 책의 저자인 김민식 PD는 복도가 떠나가라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그 모습은 SNS를 타고 널리 전해졌고,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응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꼭 저렇게 해야했나"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김 PD는 왜 그랬을까? 꼭 그런 '퍼포먼스'를 벌여야 했을까? 그런 행동에는 하루 전 병석에 누운 이용마 MBC 기자(복막암으로 2019년 사망)의 한 마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인생에 나중은 없어요"란 말.
살다보면 가슴을 때리는 말 한마디가 돌출 행동을 이뤄내기 마련이다. 어느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 김민식 PD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를 평범하다고 보기에는 그 삶의 궤적이 남다르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언론인을 꿈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PD로 전업한 그.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2주 간 필기시험을 준비했고, 면접에서는 "좋아하는 방송도 없고 책 보느라 TV도 잘 안본다"고 답변했다. 그럼 왜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저처럼 책 많이 읽는 사람도 재밌게 볼 프로그램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고,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후 시트콤 '뉴 논스톱'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성공시키며 '대박 연출가'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파업에 동참하는 등 노조활동을 펼치면서 장장 7년간 연출 업무에서 배제되는 유배생활을 감내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 기간 동안의 투쟁사가 담겼다. 그 기간을 버텨낸 비결에 대해 저자는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은 인생에 대한 예의다"라고 말한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김민식 지음 | 푸른숲 펴냄│296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