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현직 방송작가가 쓴 ‘어린 영웅’ 이야기 『세상을 움직이는 소년 소녀』
[포토인북] 현직 방송작가가 쓴 ‘어린 영웅’ 이야기 『세상을 움직이는 소년 소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2.0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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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의 영웅’들은 언제나 세상의 가장 빛나는 곳이 아닌 가장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늘 어렵고 고통스럽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것은 영웅들의 나이입니다. 그러니까 나이가 무척 어려요. ‘어린 영웅’들은 기성세대가 안일하게 대처해온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들의 행적은 실로 놀랍고 존엄합니다.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숱한 시대의 영웅들을 만나온 저자는 평범한 사람도 충분히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어린 영웅’들을 경유해 설명합니다. “화려한 조명을 비추지 않아도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들”을 계속 찾아낼 거라는 저자. 이 책은 그 포부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저자를 따라 오늘의 지구를 구원하고 있는, 작지만 큰 영웅들의 만나러 가볼까요?

매주 금요일,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1인 시위 중인 그레타 툰베리. [사진제공=썬더키즈]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으로 기후 변화 항의 시위는 세계적으로 번져갔다. [사진제공=썬더키즈]

마침내 첫 번째 금요일이 찾아봤어요. 그레타는 평소처럼 등교 시간에 집을 나왔어요. 손에는 나무판자로 만든 팻말이 들려 있었어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손글씨로 채운 볼품없는 팻말이었지만, 마치 무기라도 획득한 장수처럼 비장했어요. 익숙한 등교 버스 대신, 낯선 노선의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했지요. 단단한 각오만큼 발걸음도 씩씩했어요.<17쪽>

마이크, 앰프, 배터리 여러 개를 가지고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켈빈 도우. [사진제공=썬더키즈]

도우가 사는 마을에는 전기가 일주일에 하루밖에 들어오지 않아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만큼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전기가 없는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했어요. (중략) 에볼라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어느 날, 도우는 여느 때처럼 쓰레기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꾀죄죄한 몰골의 어린 애들 수십 명이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있었거든요. (중략) ‘우리 마을 사람들을 위한 방송국이 있다면 이 많은 고민을 다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어쩌면, 내가 FM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63쪽>

누주드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그토록 소원이던 학교를 다녔다. [사진제공=썬더키즈]

예멘에서 태어난 누주드 알리는 9살에 스무 살 많은 남자와 결혼했어요. 밥벌이 없이 구걸로 11남매를 기르던 아버지가 100만원에 어린 딸을 판 거예요. 결혼 생활은 끔찍했어요. 낮에는 고된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남편이 드는 매를 맞아야 했으니까요. 결국 누주드는 이혼을 결심하고 친정을 찾아가요. 하지만 가족들은 딸의 이혼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라며 요청을 거절했지요. 하지만 누주드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홀로 법원을 찾아가 우연히 만난 판사에게 “이혼하러 왔어요”라며 당당히 말했지요. 결국 판사의 도움으로 이혼을 할 수 있었어요. 누주드의 집안은 물론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 일이었어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예맨에서는 만 17세 이상의 여성들만 결혼할 수 있는 법이 생겨났어요. 이렇게 힘없는 소녀들의 용기가 세상의 많은 소녀를 구하는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어요.<93쪽>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말랄라 [사진제공=썬더키즈]

“제가 바라는 건 여학생들의 교육뿐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이슬람 율법을 지킨다는 이유로 죄 없는 사람들을 다치거나 죽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더 잘못인가요?”

그리고 일 년 후, 말랄라는 아주 특별한 초대장을 받았어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거예요. 유엔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연단에 오르는 기회였어요. 말랄라는 가슴이 뛰었어요. 연설문도 몇 번이나 고쳐 썼지요. 마침내 유엔 총회가 열리는 날, 말랄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 섰어요.

“우리는 교육받지 못하고 있는 수백만명의 아이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자매와 형제들이 밝은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 명의 어린이가, 한 명의 선생님이,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강한 무기가 돼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134쪽>

『세상을 움직이는 소년 소녀』
이선경 글│이한울 그림│썬더키즈 펴냄│142쪽│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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