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3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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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출입금지 팻말을 붙인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사진=연합뉴스]
중국인출입금지 팻말을 붙인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확진자 수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을 넘어섰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29일 기준으로 중국 전역 31개 성에서 확진자 6,078명, 사망자 132명이 발생했다. 사스 당시 중국 본토에서 확진자 5,327명, 사망자가 349명 나왔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는 가운데 바이러스 전파 속도만큼, 불안·혐오의 감정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먼저 거부 대상으로 지목된 건 중국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된 건 중국 남쪽에 자리한 우한으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96배나 되는 중국 전체로 봤을 때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한국인 눈에는 모두 같은 중국인일 뿐. 온라인상에는 ‘중국인 혐오’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지난 28일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한 지 5일 만에 동의자 5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인 기피 현상은 일상 곳곳에서 드러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호텔은 ‘다른 투숙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24일까지 42건의 중국 관광객 예약을 취소하고, 당분간 중국 관광객의 투숙을 금지하기로 했다. 택시 역시 안전상의 이유로 중국 관광객의 승차를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평소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서울 중구의 한 식당도 ‘中国人出入禁止’(중국인 출입금지)란 팻말을 가게 앞에 붙였다.

중국인을 향한 혐오의 불씨는 중국 동포에게도 옮겨붙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동포) 도우미 아주머니가 명절에 중국을 가시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걱정된다” “‘조선족’ 식당 직원들이 침 튀길 거 생각하면 식당도 못 가겠다” “국내 조선족 모두 추방시켜라” 등 혐오 묻은 글들이 즐비하다.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원 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중국인 밀집 지역에 배달 금지를 추진하라고 요구했다가 비판여론이 일자, 배민 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매우 부적절한 소수자 혐오 표현이 있었다”며 “담당자를 주의 조치하고 인권 감수성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은 비단 중국인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30일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 700여명이 전세기편으로 입국해 천안의 정부 시설에 2주간 격리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천안 시민은 “우리가 만만하냐”는 반응을 내놓으며 격렬히 반발했다. ‘격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어쨌든 내가 사는 곳은 안 된다’는 반응에 온라인에서는 “(우한 교민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결받은 것도 아닌데 적당히 (반대) 합시다” “천안에 풀어놓는 것도 아니고 시설에 격리해 감염 여부만 확인하는 것을 마치 자신들을 죽이는 양 격분하는 건 이성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다만 정부는 반발 여론을 참작해 천안 인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후베이성 접경 마을에서 후베이성으로 통하는 터널이 흙더미에 막혀 있다. [사진=빈과일보]
후베이성 접경 마을에서 후베이성으로 통하는 터널이 흙더미에 막혀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못지않게 불안·혐오 바이러스가 퍼지는 모습인데, 이런 갈등은 중국에서도 관측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근원지로 지목된 우한이 중심도시인 후베이성과 맞닿아 있는 한 마을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후베이성과 통하는 터널을 막아버렸고, 일부 마을에서는 총을 든 일부 주민이 검문소를 설치해, 후베이인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이에 중국 누리꾼은 “역병 창궐에 중국인의 민낯이 드러나는구나” “전염병도 무섭지만, 인간 본성이 더 무섭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동물학자 아이블 아이베스펠트는 책 『야수인간』에서 “인류는 자연을 정복해 왔다. 수많은 전염병을 몰아냈고 한때 우리의 목숨을 위협했던 맹수들을 철창 우리에 가뒀다. 이제 우리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이 됐다. 우리는 공격적인 본성을 길들이지 못하면 우리 자신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스가 그랬고, 메르스가 그랬듯, 언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진압될 테지만, 그보다 위기상황마다 불같이 이는 혐오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 개발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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